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일(현지시간) 연료봉교체에 관한 북한과의 협상
결렬을 공식선언함에 따라 북한핵문제는 유엔안보리로 다시 넘어가게 됐다.

IAEA의 이번 선언은 사실상 북한핵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인내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 안보리는 협의과정을 통해 국제사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첫
단계로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대북경제제재에 중국이 과연 어떤 태도를 보일 지가 상당한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더 이상의 협상이 의미가 있는지에
회의적인만큼 대북경제제재는 초읽기단계로 들어간 상황이다.

경제제재란 "직접적으로 주권국가간의 교역을 통제하고 자본의 이동을
규제,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국가 또는 국제기구가 집단적으로 취하는
대외정책"을 뜻한다.

실질적인 경제제재조치는 실물의 흐름을 통제하는 무역통제조치와 자금의
흐름을 통제하는 자본통제조치로 나누어지는데 이같은 조치외에도 교통및
수송통제조치와 통신망의 단절등도 넓은 의미에서 포함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우선 무역통제에
있어 수출입금지, 관세차별, 기업의 거래금지등이 예상되며 자본통제로는
해외자산동결, 차관및 투자중단, 원조중단, 해외재산압류, 기구출연금유보
등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현실적인 경제제재조치는 제반조치들의 다양한 조합으로 나타나게
된다.

널리 알려진대로 북한은 현재 엄청난 경제난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으며 특히 에너지와 식량난은 더욱 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이같은 어려움을 배가시킬
것이 분명한만큼 평양당국으로서는 정치적인 결단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지난 91년의 경우 수입 17.1억달러, 수입 10.1억달러등 27.2억달러
의 교역을 기록, 11.9%의 대외의존도를 나타냄으로써 전체적 측면에서 보면
제재조치의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라별로 보면 중국(22.8%), 일본(18.4%), 러시아(17.3%)등 높은
집중도를 보이고 있어 국제적인 제제조치가 가시화될 경우 파급효과가
결정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수출입선이 다변화, 특정국가로부터 제재를 받더라도 다른 국가로
대체할 수 있는 융통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품목별집중도에서도 원유(28.7%), 기계및 운송장비(18.9%), 농산물(11%)
등 3대품목이 전체의 60%선을 점유, 제재가 취해질 경우 산업생산과 식량
조달에 집중적인 타격이 될 전망이다.

북한의 에너지수요중 수입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형편이나 용도가
수송및 군사용인 점을 감안하면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통제의 위력도 대단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 84년 합영법제정이후
해외자본유치에 노력해 왔음에도 실적이 저조, 최근 외국인 투자기업법과
외국인 세금법, 외화관리법, 자유경제무역지대법제정등 제한적이나마 개방의
폭을 확대하고 나진, 선봉을 중심한 두만강지역개발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던 북한으로서 외국자본의 유입단절은 "통제형 개방정책"추구에
결정적인 타격을 안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북경제제재가 경제적 효과는 얻을 수는 있으나 정치적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의문을 나타내는 전문가들도 있다.

대북경제제재가 이미 구조적인 이유로 상당한 경제적 난관에 처해 있는
북한당국으로 하여금 그 어려움을 외부 원인에 전가시킬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경우 경제제재조치가 북한주민의 단결심을 고취, 오히려 체제의
공고화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인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외교의 고립화, 산업생산의 저하와 군부내의 반발
가능성, 주민생활의 궁핍 가속화등 제반 요인으로 정치적 단결의 효과는
중장기적으로는 점차 약화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가시화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하더라도
대북대화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딜레머를 우리 정부는 안고 있다.

대북경제제재는 북한의 경제재건에 필요한 한국, 미국, 일본등과의 새로운
경제관계구축기회를 상실한다는 측면에서 그 기회비용이 더욱 커질 것은
분명하고 최악의 경제난, 그 뒤에 따라올 수도 있는 극단적 모험주의위협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엔이 최근 경제제재조치를 내린 사례를 보면 걸프사태와 관련, 지난 90년
이라크에 대해 경제제재와 공중및 해상봉쇄를 내렸고 92년 팬암기폭파와
관련해 리비아에, 유고사태와 관련, 유고연방에 대해서는 91년부터 3년간
지속해오고 있다.

경제제재의 효용성은 대상국 정권, 교역구조, 대외의존도, 적용규모,
비용부담, 참여국가수, 적용기간, 운용방법등 제반조건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미국연구기관은 지난 14년부터 83년까지 취해진 1백3건의 경제제재
조치에 대한 실증적 분석결과 전체적으로 36%의 성공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북경제제재가 확정될 경우에도 정부와 국제사회의 종합적이고 정밀한
연구가 필수적임을 시사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양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