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도쿄의 하늘은 흐렸다.

그러나 시내 영빈관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김영삼대통령과 호소카와
일본 총리는 지금의 양국 관계가 밝고 "청명함"을 재확인했다. 21세기의
동반자요 협력관계임을 분명히 한점,그것이 바로 방일 첫 정상회담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과거에 얽메이지않는 양국관계를 지향하지는 정상들의 의지는 이날 회담
에서 논의된 내용 곳곳에서 읽혀진다. 북한 핵 상황에 대한 인식의 일치나
청소년들의 교류에 두나라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점등이 그렇다.
과거사문제가 별다른 쟁점없이 자연스레 언급되어 지나간것도 마찬가지다.

매년 한국 유학생 100명을 일본이 초청하고 서울에서 열리는 일본 소개
문화행사를 한국정부가 지원키로 한것은 결코 과거엔 기대하기 어려웠던
내용이다.

이날회담에서 두정상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이견없는 공동보조의 원칙에
합의 했다. 특히 호소카와총리는 핵문제와 관련한 북한태도에 유감을 표시
하고 국제사회의 일치단결을 강조했다. "일본은 헌법의 범위내에서 책임
있는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언급한 호소카와총리의 발언도 주목되는 부문
이다.

호소카와 총리가 자신의 방중결과를 설명하며 중국의 설득에 함께 노력
키로 한것도 중국이 현실적으로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가볍지않다.

정상과는 별도로 이양호합참의장이 아이치 가즈오 일본방위청장관과 만나
북한 핵개발에 공동 대처키로 합의한 것은 주목되는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일간 군사협력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서
이다.

이날 두정상간 단독회담에서는 세부적인 경제문제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26일 오전에 있을 확대정상회담에서 경제문제가 상세히 다루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나라 경제장관들은 이날오후 별도의 회담을 갖고 무역역조 시정
방안 기술교류 촉진 일본 건설시장 개방 문제등에 관해 상당한 의견접근을
보았다. 특히 "한일 의과학 협력센터"설립을 추진키로 한것을 비롯 과학
인력 교류를 확대키로 한 것등은 과거와 다른 진일보한 접근으로 평가된다.

사할린 거주 동포들에 대한 일본측의 전향적인 자세는 한편으론 기대 이상
이다. 일본정부가 앞장서 사할린거주 한국인의 영구귀국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은 바로 최근들어 달라진 한일관계를 상징하는 느낌마져 들게한다.
양국 청소년교류에 일본측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것도 같은 맥락일 것
이다. 26일에 있을 확대정상회담에 더 큰 기대가 모아진다.

[도쿄=김기웅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