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자씨가 또다시 저지른 어음사기사건은 이번에도 일파만파로 끝을
맺었다. 은행장 두명과 신용금고사장이 물러나는등 18명의 금융기관
임직원이 된서리를 맞았다.

결과가 예상외로 컸던 만큼 은행장 사퇴등이 결정된 26일 하룻동안도
"다사다난" 했다. 막판까지 조치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소동을 벌였는가
하면 주무장관인 홍재형 재무부장관은 사의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금융기관장에 대한 문책방향이 결정된 것은 25일 밤.
홍장관과 이용성 은감원장 박재윤 경제수석이 회동한 자리에서 였다.

금융실명제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관련기관장까지 일벌백계 차원
에서 물러나게 해야한다는 데 논의가 모아졌고 가급적이면 해임보다는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인책의 범위도 정해졌다. 자진사퇴와 면직,정직이나 감봉등을 해당 인사
별로 상당히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한데 문제가 생겼다. 당국이 자진사퇴자로 "내정"한 인사들이 "억울하다.
형평에 어긋난다"며 사표제출을 거부했기 때문. 실제로 26일 사표제출자로
발표된 한 은행임원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기자들에게 "난 관련이 없기
때문에 사표를 낼 이유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할수 없이 이날 오전엔 홍장관이나 이원장 모두 "은행장의 거취가 결정된
것은 없다"며 아직 최종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답변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었다. 최종 인책내용에 대한 발표가 늦어지자 항간에선 지나친 인책이
금융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인책범위를 다시 조정하는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이로인해 이날 오후2시30분께로 예정됐던 청와대 보고가 뒤로 미루어지고
결국 대상자들이 모두 "자진해서" 사표를 낸 뒤에야 발표가 나왔다. 홍장관
은 총리실을 다녀온 뒤 오후5시가 조금 넘어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 채 과천
집무실을 나갔는데 이때 청와대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오후 3~4시 사이에 자진사퇴 대상자들을 상대로 장관과 감독원장
등의 집중적인 마무리 설득전이 벌어졌고 오후4시를 넘기면서야 당초
"의도"한 대로의 윤곽이 확정됐다는 얘기다.

그뒤 오후 5시50분을 넘기면서 재무부와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개략적인
조치 내용이 흘러나오기 시작 했고 오후 6시15분 은행감독원의 최종발표가
나와 마무리가 지어졌다. "자르는" 쪽에서도 체면이 걸린 아슬아슬한 하루
였겠지만 "잘리는" 쪽에선 생사가 엇갈린 10년 만큼이나 긴 하루였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