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코로나 엔데믹 단상
퇴근길에 지나치는 음식점과 술집마다 많은 사람이 북적인다. 왁자지껄 웃음소리를 듣는 일이 어색하지 않다. 닫혔던 국경이 다시 열리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였나 싶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3년4개월 동안 유지해온 코로나19 방역 체제를 해제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우리 정부도 6월부터 WHO의 조치에 따른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우리의 일상은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등장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종전에는 생각할 수 없던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가 그 충격적인 변화에 적응해야만 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자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대규모 집단검사와 세세한 접촉자 추적을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와 인격, 사생활의 지나친 침해를 논하는 것 자체가 공공의 적이 됐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도입해 대규모 집합을 제한했고, 사람들에게 외부 활동을 최소화한 채 개인위생을 유지하도록 권장하는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초기에는 ‘마스크 5부제’가 등장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려던 진풍경은 아직도 생생하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도 국경이 닫혀 갈 수 없자 해외여행의 기분만이라도 느껴보자며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 상공을 비행한 뒤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여행상품’까지 등장했다. 종교계에서는 매주 행하는 종교 행사를 화상으로 대체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가장 큰 변화는 원격 근무와 원격 학습이 이뤄진 점이다. 원격 소통이 확대되면서 오랜 기간 찬반양론이 팽팽하던 ‘원격 진료’가 부분적으로 시행됐다는 점도 큰 변화였다. 또 집합 제한으로 교류에 목말라하던 사람들은 가상세계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인적 관계를 만들어 나갔다. 이는 많은 부분을 디지털로 변환시켰고, 향후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그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코로나 엔데믹에 드는 생각은 그것이 준 영향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간에 변화와 발전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팬데믹은 우리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사세요”라고 알려준 것은 아닐까. 이제는 비대면 라이프에 익숙해지고, 개인위생을 스스로 챙기며, 회식은 1차에서 끝내라는 교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 되뇌던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바람이 “더 센 감염병이 쳐들어오리라”는 불길한 주문을 불러오는 단초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