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의 2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2월 별세한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이 넥슨 지주회사(NXC) 지분 30%가량을 상속세로 물납했기 때문이다.

김 창업자의 유산은 10조원대 초반으로 유족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6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 LG 등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족은 상속세 12조원을 5년간 6회 분납으로 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7000억원이 넘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중견기업인 락앤락, 쓰리쎄븐, 유니더스 등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승계를 포기하고 회사를 해외 사모펀드 등에 넘겼다. 넥슨도 과도한 상속세 탓에 중국 등 해외 자본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한국의 상속세 체계는 세계적으로도 가혹하기로 악명이 높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한국의 고율 상속세가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한국의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 다음이다. 여기에 최대주주 할증 과세까지 계산하면 60%를 넘어 세계 최고다. 이 정도면 기업을 일으켜 경영권을 가진 것을 죄악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업을 성공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든 공로는 온데간데없다. 미국과 영국의 직계비속 상속세는 40%, 독일은 30% 수준이다.

이참에 불합리한 상속 세제를 글로벌 표준에 맞춰 뜯어고쳐야 한다. 한국의 상속세제는 피상속인의 재산 총액에 최고 50%의 누진세율을 부과하기 때문에 실제 받는 상속분에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문제가 있다. 이를 대부분 선진국처럼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은 재산만큼만 세금을 내는 ‘유산 취득세’로 바꾸고 세율도 낮출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런 방향으로 상속세 개편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세수 펑크를 핑계로 입장을 바꿨다. 징벌적 수준의 상속세 폭탄은 기업의 영속성은 물론 경영 이념의 지속성을 위협하고, 창업 의욕을 꺾는 등 부작용이 크다. 정부는 세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야당도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국민을 오도할 것이 아니라 기업,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세제 개편을 도와야 한다. 기업이 성장해야 나라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도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