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단체가 판결금을 지급받은 유족들에게 그 일부를 ‘보수’로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피해자 지원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미쓰비시중공업의 징용 피해자 5명과 2012년 10월 맺은 약정을 근거로 판결금의 20%에 해당하는 약정금 지급을 요청했다. 지연 이자를 포함한 배상금 2억5000만여원 중 5000만여원을 달라는 것이다. 판결금 수령 후에야 약정서의 존재를 알게 된 유족들이 지급에 난색을 보이자 내용증명까지 보냈다. 신일본제철 피해자 유족들에게도 소송대리인이 10%의 보수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제3자 변제에는 극구 반대하면서도 막상 피해자 유족들이 돈을 받자 약정금을 내놓으라며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배상금 일부를 다른 공익사업을 위해 기부하는 것은 공익 소송에서 일반적으로 있던 일이라는 지원단체 측의 해명도 군색하다. 도움을 줬으면 그걸로 끝나야지, 무슨 약정이 필요한가. 물론 피해자들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하고 장기간에 걸친 재판, 집회, 서명운동과 홍보 등 각종 활동에 비용이 들 수밖에 없지만 자발적 기부금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이 단체의 경우 정부 보조금은 받지 않고 기부금으로만 운영하는데,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관리운영비 세부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른바 ‘시민단체’들의 사회적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시민’을 참칭해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단체도 많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각종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지원액이 20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데다 회계 투명성도 취약해 보조금의 사적 유용, 횡령, 회계장부 조작 등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정 단체 출신들이 지난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독립성을 내팽개치면서 시민단체에 시민은 없고 위선적 기득권층만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시민단체 바로 세우기가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