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애덤 스미스
‘성서 이래 가장 위대한 책’이라고 평가받는 <국부론>(1776)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1723년 영국 스코틀랜드 동해안의 작은 항구도시 커콜디에서 세관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편모슬하 가정에서 성장한 그는 작은 키에 낯가림이 심하고 혼잣말을 즐겨했다고 한다. 평생 독신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그가 평생 몰두한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인간 사회가 질서 속에 잘 살 수 있을까’였다. 이런 관점에서 그의 연구는 인류 행복에 바치는 헌사였다. 글래스고대 교수로 활동하던 1759년 내놓은 <도덕감정론>이 첫 작품이다. 인간 행동에 대한 고찰과 도덕 판단의 기준을 연구한 명저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교수직을 사임하고 2년여간 유럽 대륙을 돌며 견문을 넓혔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약 10년간 고향에서 은둔 생활하며 쓴 책이 불후의 명저 <국부론>이다. 원제는 ‘국부의 형성과 그 본질에 관한 연구’로 국가와 민족을 부강하게 하는 원천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이었다. 당시는 유럽이 근대적 국가로 통합되면서 경제적 국가주의인 중상주의가 지배하던 시기였다. 스미스는 자유시장 철학을 통해 중상주의 규제에 반대하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주창했다.

무엇보다 자유시장 원리 아래에선 개인이 이기심에 입각해 경제행위를 하면 시장의 가격조정 메커니즘이 작용해 사회적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혁명적 개념을 제시했다. 당시만 해도 철학과 정치학의 한 단편이던 경제학의 문을 열고, 자본주의의 초석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그가 ‘경제학의 창시자’이자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 보이지 않는 손이란 표현이 600여 쪽 분량의 <국부론>에서 단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국부론>은 출간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스미스를 도덕철학자를 넘어 당대 최고의 사상가 반열에 올렸다.

올해는 스미스 탄생 300년이 되는 해다. 한국경제신문사는 그의 탄생에 맞춰 다음달 7일 ‘자유의 길, 애덤 스미스와 한국 사회’ 심포지엄을 연다. 큰 정부와 규제가 자유 경쟁을 훼손하고, 포퓰리즘이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가운데 그의 유산인 자유시장 가치를 재발견해 볼 기회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