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북한을 비롯한 외부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국가정보원의 보안 점검을 거부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여론의 거센 비판에 일단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다. 특혜 채용과 관련해서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특별감사와 함께 5급 이상 간부 자녀의 경력직 채용 여부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국가정보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합동 점검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강한 압박에 못 이겨 방침을 바꾼 것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다. 게다가 특별감사는 선관위 내부 감사여서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현재까지 자녀의 경력직 채용이 확인된 선관위 고위직은 전·현직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지방 선관위 상임위원 등 4명이다. 이해충돌 방지법 제11조는 공공기관이 소속 고위 공직자의 가족을 채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 공무원 강령도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일 경우 상급자에게 신고토록 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마저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전·현직 사무총장은 자기 자녀 채용의 최종 결재권자였다. 확인된 4명 외에 비슷한 사례가 2명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당초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절차였다”며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한 명도 아니고 이렇게 여러 명이 아버지가 일하는 직장에 채용된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가. ‘현대판 음서제’ ‘아빠찬스위원회’라는 비아냥이 그래서 나오는 것 아닌가. 헌법이 선관위의 독립성을 보장한 것은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위해서다. 그걸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특권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마침 박지원, 서훈 전 국정원장도 재임 중 측근들을 유관기관에 부당하게 채용토록 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의혹과 혐의가 사실이라면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것으로, 엄벌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