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바이든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년 재선 출사표를 던졌다. 출마 선언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민주주의에 커다란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가 출마를 선언했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출마 선언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 추세가 계속될 경우 ‘바이든-트럼프 리턴매치’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올 4월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와 디샌티스보다 지지율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유고브·이코노미스트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간발의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은 유권자들이 지난 2년간의 국정운영 성과를 긍정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확신한다. 지난 2월 국정연설에서 “일자리와 자존심이 회복되고 있다”고 선언하며 중산층을 복원하기 위한 실용 중도 노선을 지속할 것을 강조했다. 백악관의 권위와 신뢰를 회복하는 성과도 거뒀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바이든이 백악관에 분별력과 정책 유효성과 품위를 복원시켰다”고 평가했다. 집권 첫해 아프가니스탄 졸속 철군으로 고전했지만 민주당 지도부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주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선전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다. 1998년 중간선거 이후 집권당으로 가장 인상적인 성과를 거뒀다.

인프라법,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3대 핵심 개혁법안’이 탄생했다.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법은 주간(州間) 고속도로 건설 이후 최대 규모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다. 반도체법은 반도체 연구개발과 미국 내 공장 건설 등 미·중 반도체 경쟁을 위한 전략적 지원법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산업정책으로 평가된다. 반도체법과 IRA 시행 후 2040억달러를 유치했다. 스콧 폴 미국제조업협회장은 “그간 부재했던 산업정책으로 미국에 혁신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1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지난달 실업률은 3.4%로 196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평균 임금도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했다. 아직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하지만 위험 존은 일단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고용 중시 정책으로 하위소득층과 고졸생의 고용이 크게 늘어났다. 코로나19 종식, 1조9000억달러의 코로나 지원, 4000억달러 규모의 아동빈곤 경감책, 학자금 탕감 조치 등도 시행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에 적극 나섰다. 쿼드(QUAD), 민주정상회의 개최 등 우방과의 동맹 강화에 노력했다.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지원은 위대한 결단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독재 세력과 민주 세력과의 싸움’으로 규정했다. “독재자의 부당한 요구에 맞춰줄 수는 없다”며 블라디미르 푸틴의 야심에 단호히 쐐기를 박았다.

고령, 국경 불안, 도시 치안은 아킬레스건이다. 재선에 성공해 임기를 마치면 만 86세다.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멕시코 접경에서의 불법 입국 문제도 공격의 주된 소재가 되고 있다. 도시 치안 불안과 빈곤 심화 현상이 뚜렷하다. 2022년 도시 빈곤율 평균치는 11.6%를 기록했다. 필라델피아 22.8%, 휴스턴 19.5%, 보스턴 17.6%, 뉴욕 17%로 나타났다. 민주당 텃밭인 대도시 상황이 악화일로다.

박빙의 지지율 격차에도 바이든은 몇 가지 핵심적 이점을 갖고 있다. 트럼프가 출마하면 대선은 현직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신임 투표가 아니라 바이든과 트럼프, 민주당과 공화당 간 선택의 문제가 된다. 의사당 난입 사태 책임, 트럼프 기소 문제 등이 핫이슈가 될 확률이 높다. 승자 독식의 선거인단 싸움에서 유리하다. 2020년 대선 승리를 견인한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다. 주지사, 상원의원, 주의회를 민주당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대표적 신흥 경합주인 애리조나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연방대법원의 낙태 위헌 판결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경합주인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비판적 목소리가 크다. 결국 대선은 4년 전 승리를 안겨준 바이든 동맹을 성공적으로 재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