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상상을 현실로 만들려면
“가능성은 처음부터 있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2016년 화성에 인류를 보내겠다는 계획을 처음 밝히며 한 말이다. 공상 수준의 무모한 도전이라는 여론의 지적과 비웃음이 뒤따랐다. 하지만 7년이 지난 현재 그의 화성 프로젝트를 그저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공지능(AI) 분야의 기술 진화도 놀랍다. ‘알파고 쇼크’의 기억이 여전한데 어느새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우리 앞에 마주 서 있다. 상상이 현실에 가까워지는 순간, 바로 딥테크(deep tech)에 내재하던 파괴적인 창조혁신이 빛을 발하는 때다.

창조혁신의 힘 품은 딥테크

누가 뭐래도 요즘 기술업계의 화두는 딥테크다. 정부가 내놓은 산업정책 관련 보고서엔 ‘딥테크’란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투자업계도 경쟁적으로 딥테크 기업 발굴·육성을 강조한다. “지난 10년이 플랫폼 시대였다면 향후 10년은 딥테크 시대가 될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딥테크는 무엇일까. ‘기저(基底)기술’이라고도 불리는데, 특정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전문 기술이다. 연구개발 단계를 거쳐 상용화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 기술 정점에는 이르지 못한 경우가 많다. 2010년대 후반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업계에선 스페이스X처럼 독자적 원천기술을 보유한 투자 유망 스타트업을 통칭하는 단어로 쓰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분야로는 AI, 우주 개발, 나노·양자, 모빌리티, 바이오 등이 꼽힌다.

딥테크의 최대 강점은 모방과 추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차별화된 기술력이 만든 탄탄한 기술 진입 장벽은 생존 경쟁력의 밑거름이 된다. 혹여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시장 판도를 뒤집거나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는 대체 불가한 사업 모델을 갖게 된다.

별도 특례상장제 고려해볼 만

결국 시간, 돈과의 지루한 싸움이다. 첨단기술 기반의 사업 특성상 개발 단계별로 투입되는 시간과 자금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아직 시장성을 갖추지 못한 기술 스타트업이 많은 만큼 성장 초기에는 정부 정책자금을 집중 지원해 생명의 싹을 틔워주는 게 맞다. 1370억달러(약 180조원·올해 초 기준) 기업가치로 평가받는 스페이스X조차 설립 초기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연이은 로켓 발사 실패로 수차례 파산 위기를 넘겨야 했다.

그다음 기술 고도화 과정에 필요한 추가 투자는 민간 투자업계의 몫이다. 장기적 안목의 민간 투자를 수혈받지 못하는 딥테크 스타트업은 결국 도태할 수밖에 없다. 투자 혹한기의 터널이 길어지는 가운데 최근 벤처캐피털(VC)업계가 요구하는 딥테크 전용 기술특례 상장제도 신설은 정부가 눈여겨 들여다볼 만하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딥테크 스타트업의 경우 당장 매출이 없거나 적자를 내더라도 상장할 수 있도록 해 장기 투자금 확보 등 원활한 자금 순환을 지원하자는 제안이다.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보듯 기술이 국제 질서를 흔드는 기술패권 시대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딥테크 스타트업으로 돈이 흐를 수 있는 길목을 과감히 터주는 게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지름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