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포니 쿠페'의 복원
현대자동차는 1974년 10월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2개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내놨다. 양산을 앞둔 ‘포니(PONY)’와 콘셉트 스포츠카 ‘포니 쿠페’였다. 이탈리아 유력지 ‘라 스탐파’는 “한국이 자동차 공업국 대열에 끼어들었다”고 대서특필했다. 이듬해 12월 첫 국산차 포니 양산이 시작됐다. 현대차 설립 8년 만의 성과였다.

포니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1940년부터 정비소를 운영하며 자동차 구조와 기계적 원리를 터득한 정주영 창업회장은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설립했다. 정부가 2차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고속도로 건설에 나서자 정 회장은 현대건설을 통해 적극 참여하며 자동차 수요 급증을 예견했다. 때마침 한국 진출을 추진하던 포드와의 제휴가 성사됐고, 1967년 12월 현대차 설립으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포드의 코티나 2세대 모델을 들여와 조립·생산했지만, 자체 기술력 부재의 한계를 절감했다. 정 회장이 독자 제조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고 판단, 포드와 단순 제휴가 아닌 새로운 합작사 설립에 합의한 배경이다. 하지만 협상은 포드의 미온적인 태도로 1971년 결렬됐고, 현대차는 단독으로 고유 모델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해외 디자인 업체를 수소문하고, 국내 부품사 초기 생태계를 구축해 3년 만에 이뤄낸 결실이 ‘조랑말’ 포니였다. 포니는 포니2와 함께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차 수출의 첨병으로 활약했다.

‘국민차’ 포니와 달리 포니 쿠페는 대량 생산되지 못하고 콘셉트 단계에 머물다 잊혀졌다. 홍수 등 자연재해로 실물은 물론 설계도면까지 유실됐다고 한다. 현대차가 지난주 이탈리아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 리유니온’ 행사를 열고 포니 쿠페 복원 모델을 공개했다. 정 회장의 감회는 남달라 보였다. 그는 “정주영 선대회장님, 정세영 회장님, 정몽구 명예회장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오늘날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원 작업에는 포니 등 현대차 초기 모델을 디자인한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85)가 참여했다. 과거의 유산과 미래의 혁신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키워가는 현대차의 모습에서 불멸을 꿈꾸는 기업가정신의 표상을 재확인하게 된다.

류시훈 논설위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