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인공지능(AI)이 향후 10년간 미국 증시 성장을 이끌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미국 전체의 생산성을 매년 1.5%씩 높일 것이란 분석이 주된 내용이다. 최근 미국 증시가 은행 위기에도 연중 최고점에 도달한 것은 AI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골드만삭스가 예견한 AI 랠리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초거대 AI의 등장은 정보기술(IT)산업 전반의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부상했고, 이 시기 승자는 구글과 아마존이었다. 2007년 시작된 스마트폰 혁신의 승자는 애플이었다. 스마트폰은 모바일 앱이라는 새로운 IT 생태계를 구축했다. 한국 기업도 이 경쟁에 뛰어들어 성장했고, 시장도 키웠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성장해 애플의 유일한 경쟁자가 됐다. 카카오 쿠팡 등 국내 유니콘 기업도 앱 생태계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AI 시대에도 한국 기업에 이런 ‘레드 카펫’이 깔려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소수의 승자가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주목하면 더욱 그렇다. 시장을 선점한 AI 서비스 업체가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AI는 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학습해 성능을 더 높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후발주자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변화의 시기엔 통상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앱의 시대에 한국 IT산업이 성장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구글과 애플의 생태계에 종속된 측면이 있었다. 초거대 AI 시대에도 출발은 늦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제 초기 단계이고, 현재까지 산업적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다행히 한국은 초거대 AI 기술력에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LG 등 국내 주요 IT 기업도 초거대 AI 개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직은 비슷한 스타트 라인에 있는 셈이다.

문제는 체급이고 혁신성이다. 우선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보다 투자 규모가 턱없이 작다. 국가 차원의 현명한 전략이 절실하다. AI산업 발달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확 풀고, 기업·정부·학계의 유연한 ‘3각 협력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지금 빅뱅에서 주도그룹에 들지 못하면 차세대 글로벌 IT 시장 경쟁에서 영원히 밀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