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그제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면서 저녁 이후에는 광장과 인도 등에 돗자리를 깔고 노숙하는 ‘1박2일’ 집회를 벌였다. 평일 낮에 2만5000여 명이 도로를 막고 집회를 하는 바람에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게다가 ‘노숙 시위자’들이 밤새 인도와 광장을 차지한 채 술판까지 벌이는 바람에 서울 한복판이 무법천지의 아수라장이 됐는데도 경찰은 “노숙을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아버렸다.

건설노조의 이번 1박2일 노숙 시위는 명분도 방법도 동의할 수 없다. 이들은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 혐의로 체포됐다가 지난 1일 분신, 사망한 건설노조 간부 양모씨(50)를 ‘열사’로 칭하면서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사망한 양씨는 건설사에 노조전임비를 요구하고 조합원 채용을 강요한 혐의를 받았고,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정부의 노조 탄압이 죽음을 불렀다”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건설노조는 당초 이틀간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불허했다. 경찰이 허가한 집회 시간은 오후 5까지였다. 그런데도 노조 측은 ‘이태원 참사 200일 추모문화제’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집회를 계속했다고 한다. 관혼상제(冠婚喪祭)에 관한 집회는 집시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 때문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지만, 추모제가 제사라는 것도, 여기에 편승해 집회를 이어간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세종대로 일대의 주요 광장과 인도를 수천 명이 점거한 채 노숙한 것은 숫자를 앞세운 폭력일 뿐이다. 인근 편의점의 소주가 매진될 정도로 술판을 벌이고 고성방가가 난무하는데도 경찰은 ‘불가’ 방침만 전했을 뿐 강제 해산은 하지 않았다. 노숙 자체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지만 관련 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못할 이유가 없다. 집시법 12조는 차량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집회와 시위를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음주소란, 쓰레기 투기(投棄), 노상 방뇨 등은 경범죄 처벌 대상이다. 수천 명이 아니라 한두 명이 광화문 일대 광장이나 인도에서 노숙하면서 음주해도 그대로 둘 건가. 도대체 이 나라의 공권력은 왜 존재하는 것인지, 시민들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