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출 한국' 위한 새 판 짤 때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수출 회복은 대한민국호(號)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작년 3월부터 시작된 무역적자는 올해 4월 현재 14개월째 연속 적자다. 올 들어 4월까지 누적 적자는 250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작년 적자(478억달러)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도 작년 10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 심화는 구조적으로 대외 및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민관, 여야가 혼연일체가 돼 최우선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 대한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제품 기준으로 보면 반도체 수출 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작년 1174억달러어치를 수출했는데, 총수출의 17%를 웃도는 1위 품목인 반도체는 작년 8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로 전환했다. 올해 4월 41% 감소로 9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 기준으로 보면 대(對)중국 수출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우리의 최대 무역흑자국이던 중국이 2018년 556억달러 흑자로 정점을 찍고 작년 12억달러로 급전직하했다. 올해는 최대 무역적자국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올해 4월까지의 대중국 누적 적자는 101억달러로 전체 적자의 40%를 넘어서고 있다. 2018년 우리 총수출의 34.4%에 달하던 대중국(홍콩 포함) 수출이 작년 26.8%, 올해는 25% 이하로 급감했다.

정밀 분석이 더 필요하나 개괄적으로만 봐도 몇 가지 시사점과 대응 방향이 보인다. 먼저 특정 제품과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 그간 중국 및 반도체 특수를 누린 한국 경제는 안주해온 측면이 있다. 우리 수출의 제품, 지역, 주체 등 전체적인 구조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까지의 소재·부품·장비 등 중간재 및 자본재 중심의 대중 수출은 중국의 경쟁력이 부상하면서 높아진 중국 자급률에 그 유효성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주력 산업 및 신산업 전반에서 중국과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 제품 품목을 전략적으로 늘리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 및 제품 경쟁력 제고가 핵심 과제다. 국가 연구개발(R&D) 전략의 실사구시적 고도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미국, 중국, 아세안은 물론 유럽, 일본, 아프리카 및 중동, 중남미 등 지역 다변화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현재 20% 수준에 불과한 중소기업 수출의 대폭 확대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전략이다. 부족한 기술 인재는 물론 지역 전문가 양성과 글로벌 수출 지원 네트워크 확충, 수출금융 확대 등도 시급하다.

아울러 우리 수출의 거의 80%를 담당하는 소재·부품·장비(B2B)의 초격차 전략과 함께 20% 수준으로 현저히 부족한 소비재(B2C) 수출 비중을 확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자동차, 휴대폰, 가전, 화장품, 패션, 식음료 등 다양한 소비재 경쟁력 확보에 R&D를 집중하고, 우리의 높아진 국격, 한류 등 국가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 위기가 기회다. 경쟁력 제고를 통한 우리 수출의 재도약에 국력을 집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