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AI 시대는 기술의 시대다
분명히 세상에는 큰 트렌드가 있다. 2022년을 지나면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이 나타났고, 온 세상이 높아진 금리로 움츠러들었다. 10여 년간의 성장 시대가 마감되는 듯한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한다.

1998년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물결은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비싼 통신비를 대체하는 서비스들이 나타나며 소위 ‘닷컴버블’을 만들어냈다. 한국에서는 닷컴버블 최전선에 ‘새롬기술’이 있었고 6개월 만에 150배 주가 상승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닷컴버블의 정점에는 ‘타임워너’와 ‘AOL’의 합병이 있었다. 2000년 2월 신생 메신저 회사 AOL이 전통의 매체 타임워너를 3500억달러(약 455조원)에 인수했는데 지금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400조원이 채 안 되니 그 버블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버블은 결국 터졌지만 그 가운데서 구글, 네이버와 같은 기업이 탄생했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PC를 통해 ‘검색의 시대’를 열었다.

2007년 아이폰은 PC의 시대를 ‘한물간 트렌드’로 만들어버렸다. 모바일 세상은 우리가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인터넷을 가능하게 했고, 진정한 통신 혁명을 가져왔다. 특히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메신저를 중심으로 인터넷 기업들이 재편됐다. 미국 유럽 등은 SNS를 기반으로 그 혁명이 가속화했다. 모바일로 늘어난 엄청난 인터넷 트래픽은 새로운 성장의 자양분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모빌리티, 배달, 파이낸스, 커머스 전 영역에서 기라성 같은 업체들이 나타났다. 성장을 키워드로 한 플랫폼 서비스 시대가 활짝 펼쳐졌다.

트렌드코리아로 유명한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매년 10개씩의 메가트렌드를 10년 넘게 발표해온 분이다. ‘트렌드의 거성’인 교수님께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힘은 무엇인지 물었다. 인구라든지, 금리와 같은 경제적 요인을 기대하고 물었는데, 교수님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딱 ‘기술’이라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단연코 인공지능(AI) 시대다. 2016년 ‘알파고’의 등장으로 AI의 서막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고 올해 챗GPT는 “내가 메가트렌드야”라고 일갈하듯 혜성처럼 등장했다. 2개월 만에 1억 명이 접속해 세상에서 가장 빨리 사용자 수를 확보한 서비스가 됐다. 챗GPT가 동문서답에 거짓말도 하지만 아무도 그것이 앞으로를 바꿔나갈 ‘세상의 미래’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기술’이 날것 그대로 세상의 관심을 끌고, 날것 같은 혁신적 기술들이 봇물처럼 소개되고 있다. AI의 시대는 기술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