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중교통 혼잡문제, 국토부가 나서야
“(승객이 숨을 못 쉬어 쓰러지는 일이 발생한) 김포골드라인 문제가 사실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6월에 서해선 일부가 개통해 9호선과 연결되면 가뜩이나 붐비는 9호선이 다음 ‘지옥철’이 될 수 있거든요.”

서울시 관계자가 최근 기자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서울시는 올초 경기도와 인천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혼잡도를 일정 수준(서울에 진입할 때 120% 이하)으로 관리해야 서울 철도 연결을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경기도 쪽 지자체들은 예산타당성을 따질 때는 150%가 기준인데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후 갑자기 120%를 들고나왔다며 불만이 많다.

서울시도 사정이 있다. 주거지역이 많은 경기도와 업무지구가 많은 서울 간 철도가 연결되는 순간, 서울 쪽 철도 혼잡도가 30~50%포인트씩 올라가서다. 하남선 개통(2021년 3월) 후 서울 지하철 5호선 길동역의 혼잡도는 90%에서 141%로 높아졌고, 진접선(2022년 3월)과 연결된 4호선 성신여대역의 혼잡도는 156%에서 186%로 30%포인트 뛰었다. 4호선을 이용하는 직장인 사이에서 “언제 압사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 나오게 된 계기가 진접선 연장이다.

서울시가 걱정하는 다음 연결 대상은 서해선 대곡~소사 구간이다. 부천, 고양(일산) 시민 중 일부가 9호선을 통해 여의도·동작·강남 방향 이동을 택할 경우 지금도 최고 195%(오전 8시~8시30분 노량진~동작 구간 급행)에 달하는 혼잡도가 순식간에 200%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 도봉산~포천선(7호선 연결 예정), 송파~하남선(3호선 연결 추진), 강동~하남~남양주선(9호선 연결 추진) 등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는 9호선 48량을 늘리기로 한 상태인데 국토교통부에 관련 비용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경기도 등에 보낸 혼잡도 관리 공문은 말하자면 비용 좀 나눠 내자는 ‘N분의 1 청구서’다. 국토부가 나서지 않고 ‘알아서 하라’고 하니 지자체끼리 증편·증차 부담을 두고 “네가 내라”며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다.

김포골드라인이 ‘골병라인’으로 크게 비판받자 김포시는 수륙양용버스까지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당 20억원이나 하는 데다 날씨가 안 좋으면 운행하기 어려워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김포시가 그만큼 절박하게 고민했다는 것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전국의 교통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국토부는 그만큼 고민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