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K팝 같은 'K테크 열풍'을 바라며
‘코리아 열풍’이 드세다. 이번 주 연예면 화제는 단연 블랙핑크였다. 이들은 최근 미국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에 헤드라이너로 참여했다. 헤드라이너는 공연에서 가장 비중이 큰 아티스트를 말하며, 아시아 가수가 코첼라 헤드라이너로 선정된 것은 블랙핑크가 처음이라고 한다. 영국 정보기술(IT) 매체 테크레이더 집계로 2억5000만 명의 유튜브 라이브 시청자를 끌어들였고, 월드 투어에 나선 지 단 두 달 만에 1000억원 매출을 올렸다고 하니 새삼 K팝의 저력과 위상이 놀랍기만 하다.

내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1980년대에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면 북한에서 왔냐는 물음이 돌아오곤 했다. 그 당시 미국인에게 한국은 6·25전쟁을 다룬 드라마 ‘매시’ 속 가난하고 가여운 나라였다. 대형마트 한쪽 구석에 진열된 먼지 쌓인 가전제품에는 여지없이 ‘메이드 인 코리아’ 라벨이 붙어 있었다. 한국 가전제품은 저렴함의 대명사였던 것이다.

몇 년 전 보스턴 학회에서 만난 유학 시절 지도교수님은 나를 보자마자 갖고 있던 스마트폰을 꺼내 보여주셨다. ‘삼성’이었다. 자신이 왜 이 폰을 선택했는지 한참을 말씀하시면서 한국의 기술력을 극찬했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에 가면 현대차, 기아 고급 자동차를 종종 마주한다. 이제 ‘메이드 인 코리아’는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하이 퀄리티’의 대명사가 됐다. 실로 가슴 벅찬 발전상이 아닐 수 없다.

외국 원조에 의존하던 한국이 이처럼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를 내다보고 과학기술에 투자한 덕분이었다. 이렇다 할 천연자원이 없는 한국이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특유의 성실함과 투지로 최선을 다해 노력한 과학기술자들의 열정이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과학기술 투자를 통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한강의 기적’을 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이뤄진 미국 국빈 방문에서 ‘한·미 첨단기술 동맹 강화’를 확고히 하는 등 초격차 전략기술 육성과 관련 분야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과학기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은 여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공계 경력단절 여성이 20여만 명에 달한다. 과학기술 전문성을 갖춘 인재의 역량이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현실이 못내 안타깝다. 역량 있는 여성과학기술인이 연구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제도·문화적 지원이 절실하다. 과학기술 기반 경제성장을 이끌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에 집중 투자해 K팝에 이어 K테크 열풍이 전 세계에 휘몰아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