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에 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주는 복수의결권 제도가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0년 6월 이 법안이 발의된 지 3년 만이다. 대상은 벤처기업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비상장 벤처기업이다.

성장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벤처업계에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은 숙원이었다. 외부 자본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지분율 희석으로 인한 경영권 위협과 적대적 인수합병(M&A) 걱정 없이 경영활동을 지속하는 데 필수 수단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총선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입법에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경영권 승계에 악용할 수 있다는 일부 의원과 시민단체가 번번이 발목을 잡은 탓이다. 뒤늦게라도 국회를 통과한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이참에 상장 기업의 경영권 안전장치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은 차등의결권을 비롯해 황금주(기업의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권리를 가진 주식), 포이즌필(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새 주식 매입 권한 부여)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 중 단 한 가지도 상법상 허용하지 않는다. 국내 100대 기업 중 불과 8곳만 이사 해임 요건 강화 등 제한적 방어 조항을 정관에 두고 있을 정도로 대부분 경영권이 취약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탓에 기업은 경제위기 와중에도 급증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느라 자금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상장사에도 최소한의 방어 장치를 부여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