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업 전 발생한 대학 학자금 대출이자를 면제해주는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고졸 이하 취업자에 대한 역차별이자 대학생의 무분별한 대출 신청을 부추기는 모럴해저드 법안으로 총선을 1년 앞둔 거대 야당의 포퓰리즘 폭주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이 법안은 취업 전에 발생한 학자금 대출이자 면제 대상을 월 소득인정액(근로·사업·임대·연금소득과 자산 등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 1024만원 이하 가구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학자금 대출금리는 연 1.7%로 가계대출 평균 금리(5.7%)보다 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매년 1825억원을 투입해 이 차액을 메우고 있는데, 미취업 기간 이자까지 면제할 경우 향후 10년간 약 8650억원의 재정이 추가 소요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과 2021년에도 발의됐지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류된 바 있다. 자신들이 집권할 때는 접어놓고 이제 와서 강행하려는 이유가 뭔가. 한정된 재원으로 사실상 모든 계층의 대학생에게 무이자로 학자금 대출을 지원하는 것보다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지원을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이 낸 법안 중 시행 첫 5년간 1조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가는 법안만 해도 50건이 넘는다. 그러면서 정작 민생과 국가 미래를 위한 정책은 나 몰라라 한다. 우리 대학 교육 경쟁력이 바닥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가 남아도는 유·초·중·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떼어내 대학으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하자 발목을 잡은 게 야당이다.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속이 뻔히 보이는 대출이자 면제보다 암울한 국가 미래가 뻔히 보이는 대학 경쟁력 제고에 당력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