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개미집단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개미들의 20~30%는 일하지 않는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일하는 개미만을 모아 집단을 구성해도 일하지 않고 노는 비율은 일정하다. 그걸 읽고 필자는 “세상에는 항상 빈둥거리고 무임승차하는 나쁜 20%가 있다”는 결론을 냈었다. 아마 일반 대중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비즈니스 인사이트] 조직을 살리는 20%의 비효율
그런데 이후 일본 하세가와 교수 연구팀은 개미들을 연구하며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일본 전국에 서식하는 뿔개미속의 한 종류를 사육하고, 한 마리마다 구분할 수 있도록 색을 입힌 후 한 달 이상에 걸쳐 8개 집단, 1200마리의 행동을 관찰했다. 관찰 결과, 처음에 일하던 개미가 피로해 일하기 어렵게 되자 일하지 않고 쉬던 개미가 일하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 집단의 개미 모두가 일하다 일제히 피로가 쌓이는 경우와 일부 개미는 쉬는 집단을 비교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전체가 모두 열심히 일하는 개미로 구성된 집단은 구성원 모두가 일제히 피로해져 움직일 수 없게 됐을 때 집단의 멸망이 왔다. 이에 반해 여유가 있는 개미들이 일정 비율 있는 집단은 오래 존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세가와 교수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시스템이 집단의 존속에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많은 사람이 무임승차하는 조직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100%라는 극단의 효율로 돌아가는 조직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너무 빡빡하고 효율화돼 백업이나 버퍼가 하나도 없는 조직은 하나만 무너져도 도미노가 될 수 있고, 위기나 위험 시 쓸 여유자원이 없어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리더들 또한 그러하다. 리더가 책임 조직을 100% 통제하려 들면 ‘마이크로 매니징’이 되기 쉽다. 일부는 리더가 잘 모르는 여유공간이 필요하다. 조직학자들은 불확실성이 높고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영역에 대해서는 특히 조직 리더들의 ‘스팬오브컨트롤’(관리 범위)이 넓은 것이 좋다고 한다. 넓을수록 리더들은 여러 조직을 챙겨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마이크로 매니징에서 벗어나고 구성원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 개인의 삶도 유사해 보인다. 매시간 빈둥거린다면야 문제가 있지만, 100% 빡빡하게 사는 것도 위험하다. 10~20% 정도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물론 한창 실력을 키우고 생존 탈출 기간에는 당연히 100% 전념해야 하지만 계속해서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비행기도 이륙할 때는 에너지를 엄청나게 쓰지만 운행할 때는 에너지를 가볍게 쓴다. 계속 이착륙에 쓰이는 정도의 엄청난 에너지를 써서는 먼 길을 갈 수 없다.

의외로 열심히 살면서도 무언가 여유가 있으면 잘못 살고 있는 듯 죄책감을 느끼는 성실한 사람들이 꽤 있다. 이들은 여유가 있으면 불안해한다. 책을 잡고 있거나, 운동을 하거나, 자녀와 열심히 뭔가를 같이 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느낀다. 심지어 놀 때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고 노는 것도 일하듯이 한다.

빡빡하게 사는 것이, 낭비 없이 사는 것이 효과적인 삶 같지만 그러면 더 큰 일, 긴급한 상황이 올 때 대응할 여지가 없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면서 공백을 만들어도 좋다.

물론 이 글을 나태한 조직이나 평소에 매사 노는 분들이 자기 합리화로 쓰지는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