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놓쳐선 안 되는 '고객 가치 지향'
수십 년 동안 자본시장에서 일하면서 나는 국내 시장에 없던 상장지수펀드(ETF)와 주가연계증권(ELS)을 처음으로 도입했고 지금은 운용사 대표를 맡고 있다. 나의 직장 생활을 한 줄로 요약하면 ‘투자자인 국민 개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한 시간’이다. 국내 시장에서 ETF와 ELS, 펀드 등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상품을 시장에 제공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 상품이 고객의 자산 증식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 따져보면 그다지 개운치 않다.

자산운용시장에는 금융상품을 제조하는 회사(운용사·은행·증권·보험)와 판매사(은행·증권·보험)가 있다. 이들 외에도 최종 수요자인 투자자에게 금융정보를 전달하는 대중매체 등 다양한 주체가 존재한다. 이들 각자가 자신의 단기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재 자산운용 생태계다. 문제는 대부분 투자자가 투자 의사결정을 중간자(금융상품 제조사 및 판매사)에게 의존하고 있고, 상당수 중간자는 철저하게 단기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투자자가 중간자의 이익 창출 대상에 머문다면 투자자는 그냥 ‘손님’인 것이다. 최종 수요자인 일반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못한 생태계는 지속 성장하기 어렵다.

자산운용시장은 지속 성장해야 한다. 중간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투자자를 위해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고객 가치 지향(client first)’이 정착돼야 한다. 고객이 돈을 벌고 그 결과로 다른 주체도 돈을 버는 구조여야 한다. 두 번째는 투자자들이 투자의 기본 지식을 갖춰야 한다.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가 진정 고객 가치를 지향하는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정부의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자유경쟁체제 아래에서 중간자들이 완전 경쟁 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

일부 주체는 시장을 잘 예측하는 것처럼 행세한다. 또 어떤 이는 투자 인사이트를 가진 것처럼 얘기한다. 가끔은 그들이 맞힐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반드시 실망시킨다. 유튜브를 예로 들 수 있다. 유튜브 스타는 매번 등장하지만, 그들의 인기는 오래가지 않고 스타는 수시로 바뀐다. 시장 주도주 역시 마찬가지다. 꾸준히 좋은 종목과 펀드를 고르는 것은 꾸준히 사랑받을 유튜브 스타를 선별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나는 투자할 때 가장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방법을 이야기한다. 분산투자, 장기투자, 저비용 투자가 바로 그 방법이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이 방법이 일반 투자자에게 가장 좋은 투자 방법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분산투자하는 것이 어렵다면,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을 활용한 간접투자로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분산투자하고 일부만 주식이나 ETF에 직접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의 기본 지식을 알려주는 투자 교육을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자 교육은 조기에 시작해 오래 지속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