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나온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첫 판결은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사고 책임을 물어 원청업체 최고경영자(CEO)를 징역에 처하는 시대가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경영계에 충격을 줬다. 법원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의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법인에는 벌금 3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법 시행 1년2개월 만에 나온 첫 1심 판결이다. 온유파트너스와 A씨 등은 고양의 한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하청 근로자가 추락사한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 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또는 그룹 총수가 기소된 14건이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송치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앞으로 기업인이 처벌받는 사례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업현장 재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입법이 이뤄졌다. 매년 800명 이상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현실을 바꾸자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현장 관리책임자보다 경영자를 더 무겁게 처벌하도록 해 ‘CEO 처벌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처벌 규정을 ‘징역 1년 이상’으로 못 박은 것도 다른 범죄 형량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판결에서도 난간 미설치 등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원·하청업체 현장책임자에겐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하청업체 대표가 처벌을 피한 것은 근로자 50인 미만 업체에 대한 법 적용이 2024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법을 적용받는 50인 이하의 68만 명 사업주들은 “결국 올 것이 왔다”며 공포에 떨고 있다.

과도한 처벌만으로는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온 마당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지난해 중대재해로 사망한 사람은 256명으로, 법 시행 전인 2021년의 248명보다 오히려 많았다. 효과도 없고, 기업 경영 위축만 부르는 ‘처벌 만능’의 이 법을 그대로 둬선 곤란하다. 예고된 부작용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