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에서 차량과 인파 통행이 많은 교량의 일부가 붕괴해 또 인명피해가 났다. 그나마 출퇴근 시간대가 아니었던 게 다행일 정도로 아찔한 안전사고다. 30년밖에 안 됐고, 지난해 11월까지 수십 차례 안전 점검에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전국 교량 3만8722개 중 이처럼 30년 넘은 게 21%(7900개)에 달한다. 어디가 안전하고 어디에 어떤 결함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교량만이 아니다. 근래 화재 사고가 난 터널을 비롯해 도로 항만 등 대한민국 사회를 떠받치는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다 그렇다. 반복되는 사고에는 시공 부실부터 관리 소홀과 대책 미비까지 인재(人災) 요인이 적지 않다. 더해서 주목할 것은 내구연한의 구조적 문제다. 1기 신도시의 대명사 격인 분당 자체가 30년 됐다. 도로·교량, 전력·가스, 열공급·수도 등 도시의 기본 인프라를 전면 재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개발이익 계산에 넋이 빠져 주택의 재건축·재개발만 보면서 중요한 것을 놓쳐 온 건 아닌가.

현대 도시에 더 살피고 보완할 곳이 너무도 많다. 누구도 예측 못한 교량 붕괴에 통신구 화재로 마비된 통신 단절과 일산신도시 온수배관 파열 사고로 인한 인명 희생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제 재건설한다는 각오로 안전을 점검할 시점이 됐다. 아울러 반사적으로 드는 우려가 산업단지다. 국가산단 47곳을 포함해 전국의 산업단지는 1249개나 된다. 1970~1980년대 경제성장 초기에 터를 판 곳이 많아 늙어가는 산단이 다수다. 수도 전력 가스 같은 기본 인프라의 수명이 한 사이클 돈 만큼 재정비로 온갖 유형의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안전은 비용이 필요하다. 매뉴얼만 잘 만든다고, 일회성 탁상계획서나 그럴듯하게 짠다고 끝나지 않는다. 예방이 최선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산단 안전 정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어제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이 유죄로 나와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지만, 산업재해 줄이기도 처벌 일변도보다 산단의 현대화와 종합적 안전 환경 구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