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건설·레미콘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륙지역 시멘트공장에는 먼저 물량을 받으려고 새벽부터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수십 대가 줄을 설 정도다. 성수기로 접어든 건설 현장에선 시멘트 품귀로 공사와 입주가 중단·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시멘트 공급난은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건설 이월 물량 증가, 지난해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레미콘 제조용 시멘트 비율 상향 등 수요 측면의 요인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시멘트업계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맞춰 공장 친환경 보수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생산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탓이란 지적이 많다. 현재 전국 시멘트 제조설비(소성로) 35기 중 11기에서 탄소중립 설비 개조를 위한 환경 투자와 정기 대보수가 진행 중이다. ‘탄소 다배출 업종’인 시멘트업계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12% 줄여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한 환경 투자를 중단하고, 생산량을 더 늘리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시멘트 파동은 실리가 아니라 명분을 앞세워 추진하고 결정한 탄소중립 정책이 낳은 부작용의 한 사례일 뿐이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2001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고 선언하고,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해 ‘대못’을 박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산업연구원은 당시 철강·시멘트·석유화학 3개 업종에서만 2050년까지 최소 400조원의 탄소중립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했다. 비용과 탄소저감기술 상용화의 난도 등으로 단계별 감축 목표를 맞추려면 특정 시점에는 생산을 일부 줄여야 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에너지 빈국이자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잇따른 지적에도 지난 정부는 ‘국제 모범생 콤플렉스’에 경도돼 과속 페달을 밟았다. 그에 따른 온갖 부담이 하나둘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교조적 자세에서 벗어나 이행 계획이라도 현실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관리하는 게 시급하다. 그래야 우리 경제와 기업들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한 목표만 좇다가 또 부메랑을 맞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