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싱크탱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주최로 그제 열린 ‘인구 감소시대 한국의 이민정책’ 세미나에선 “한국이 동남아시아 등 제한된 지역의 이민자를 두고 일본 대만 등과 경쟁하게 될 것”(이혜경 배재대 명예교수)이란 전망이 나왔다. 수출시장에서 경쟁해온 두 나라와 앞으로 이민자 유치를 두고 경합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세 나라는 저출산·고령화,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산업 현장 등에서 인력난을 겪고 있다. 그 해법의 하나로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을 늘리는 정책을 택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3국 간 이민자 유치 경쟁’을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기엔 한국이 맞닥뜨린 인구절벽과 일자리 ‘미스매칭’에 따른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올해 초 조선업계는 불황 때 떠난 숙련공들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적기에 외국인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모처럼 찾아온 호황에 대거 수주해 놓은 일감을 처리하지 못할 뻔했다. 조선업의 문제만도 아니다. 건설현장 인력의 약 20%는 이미 외국인 근로자다. 주조 금형 등 뿌리산업과 농업 분야에선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합계출산율이 0.78명까지 추락할 정도로 심각해진 초저출산은 인력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6년간 280조원을 투입하고도 해법을 찾는 데 실패했을 정도로 저출산 문제는 풀기 어려운 중장기 과제다. 당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선택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근로자, 멀리는 이민자 유치를 위한 국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노동, 교육, 주거, 복지 등에서의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산업 현장의 인력난 해소와 인구절벽에 따른 재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정교한 이민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국회에 발의된 ‘월 100만원 가사도우미’ 관련 법안도 전향적으로 논의해볼 만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출 확대와 기업 지원을 위해 전 부처가 산업부(산업통상자원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듯, 이민자 유치 경쟁에서도 일본 대만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전 부처가 발벗고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