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애리조나 배터리 공장 투자는 글로벌 배터리 전쟁에서 큰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북미 전기차 수요 선점으로 초격차를 달성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 7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이 공장은 전기차 기업과의 합작 없이 배터리 기업이 독자 건설·운영하는 공장으론 북미 지역 최대 규모다. LG엔솔은 GM, 혼다 등 완성차 업체와 합작해 북미에 6개 공장을 운영·건설 중인데, 이번 단독 공장으로 2025년까지 총 7개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됐다.

LG의 초대형 투자에는 북미 지역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차단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IRA에 따르면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재료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하고,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등 배터리 주요 부품의 북미 생산 비율이 50%를 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중국 CATL이 배제된 상황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LG엔솔에 테슬라 등 미국 전기차 업체의 물량 요청이 밀려들어왔다는 것이다. LG가 작년 3월 애리조나 공장 투자를 결정한 지 불과 3개월 뒤인 6월 공장 설립 비용 급등과 경기 침체 등을 우려해 보류했다. 이번에 투자 규모를 4배나 늘려 재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폭발적인 수요를 감안해서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중국에선 LG엔솔과 CATL을 납품처로 두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파나소닉에서만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애리조나 공장이 완공되면 LG엔솔은 미국 시장에서 파나소닉 독점체제를 깬다.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에서 한국 기업들이 우위를 굳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국내 업체들의 미국 진출 가속화로 국내 산업 공동화가 우려된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IRA를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정부는 배터리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국내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