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한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지만, 과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은 이를 무시한 채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거대 야당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 국회의장까지 모든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지만 무늬만 수정안이다. 시장격리 의무화 요건만 살짝 바꿨을 뿐 개정안의 핵심인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본질적 내용은 그대로 두고 있어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쌀 초과 생산량은 2030년 64만t으로 현재의 3배 가까이 불어나고, 이를 사들여 처분하는 데만 연평균 1조원 이상의 세금이 든다는 분석이다. 쌀 과잉 기조를 고착화해 오히려 쌀값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미래 농업을 파괴하고 국가 과제인 식량안보마저 위협하게 된다. ‘농업 파탄법’이자 ‘미래 포기법’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이제 기댈 곳은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밖에 없다. 대통령 거부권은 법률 제·개정에 관한 권한을 국회가 독점하는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막도록 헌법이 견제와 균형을 위해 마련한 제도다. 바로 이럴 때 쓰라고 있는 장치다. 농업 백년대계 앞에서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은 양곡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흔드는 방송법 개정안, 노조의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주는 노조법 개정안 등도 밀어붙일 태세다. 국회를 장악한 야당이 의회 권력을 악용해 당리당략을 위한 법안을 남발하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 정신을 파괴하는 행위다. 정치 포퓰리즘으로부터 국가 미래를 지키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인 만큼 거부권 발동을 주저해선 안 된다.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책임은 오로지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겁박하지만, 오히려 책임져야 할 당사자는 위험한 입법 폭주로 국가적 혼란과 피해를 야기하는 거대 야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