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면받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라는 게 나왔는데 정보가 부족해요.”

“사업주 말고 가입자는 무슨 장점인지 알 수가 없네요.”

기업 회계 실무 담당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과 관련해 올린 글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푸른씨앗은 국내 최초 공적 퇴직급여제도로 지난해 9월 도입됐다. 사업주와 연금 운용기관의 무관심으로 30인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의 상당수가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못하고 노후 소득 보장이 부실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홍보 부족으로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당초 올해 안에 2만8264개 사업장 소속 20만3503명의 근로자를 유치하고 1조2683억원의 적립금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현재까지 가입 근로자는 2800개 사업장 소속 1만3000명, 기금 누적액은 530억원이다. 목표 근로자의 6.4%, 목표 적립금의 4.2%만 가입한 셈이다. 이 때문에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기금 가입자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담당 인력이 홍보에 더욱 신경 쓸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하고 핵심성과지표(KPI)를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부진한 수익률도 푸른씨앗이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푸른씨앗의 연 환산 수익률은 지난해 9월 이후 2.93%에 불과하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가 대폭 올라 웬만한 원리금 보장 금융상품에만 가입해도 푸른씨앗보다 높은 수익이 나는 상황”이라며 “굳이 퇴직연금기금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근로자들이 있다”고 전했다. 역설적으로 퇴직연금 가입자가 늘어 ‘규모의 경제’가 조성되지 않으면 수익률 개선도 요원하다. 호주는 1992년 퇴직연금 상품 ‘슈퍼애뉴에이션’을 도입해 지난 10년간 연 7%대 수익률을 거두며 근로자들의 은퇴 후 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월 소득 450호주달러(약 39만5000원) 이하 소득을 얻는 근로자를 제외하고는 ‘의무 가입’ 대상이다.

2021년 기준으로 국내 3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78.9%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24.0%에 그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주요 개혁과제로 내건 윤석열 정부가 ‘퇴직소득 양극화’ 해소에도 팔을 걷어붙여야 할 때다. 푸른씨앗 ‘싹 틔우기’는 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