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동남권 관문 공항이 될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을 기존보다 5년6개월이나 앞당겨 2029년 12월 개항하기로 했다.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개막에 맞춰 세계 공항 건설사에 전례 없는 초고속 공사 기록을 쓰겠다는 것이다. 고무줄도 아닌데 공기를 9년8개월에서 절반가량 줄인다고 하니, 야심 차다기보다 무모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국토부는 공항 배치 계획을 전면 수정해 해상 매립이 아니라 육·해상에 걸치는 매립 방식으로 바꿔 기간을 대폭 줄인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매립 방식에 “육상부와 연약지반에 걸쳐 (침하량이 다르게 나타나는) 부등침하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 당사자가 바로 국토부다. 지난해 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낸 ‘가덕도 신공항’ 보고서를 통해서다. 그런데 불과 1년여 만에 스스로 주장을 뒤엎은 모습이다. 오는 11월 엑스포 최종 개최지 결정에서 탈락해도 밀어붙일 것이냐는 질문에 “그때 가서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국토부 관계자의 대답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가덕도 신공항이 정치 논리의 산물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안전성과 사업성이 모두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깊은 바다(최대 수심 약 30m)와 대규모 연약지반(최대 심도 약 40m)에 더해 파도·안개·태풍 등 기상 악조건을 두루 갖춰 공항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부산 표심을 의식해 밀어붙였고,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도 동조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100년을 바라보는 국가의 중요 기반 시설이다. 공사비만 13조7000억원(정부 추정)을 투입하는 역사다. 엑스포 유치 여부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게 옳다. 무엇보다 안전이 매몰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