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원자력 추진 잠수함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첫 잠수함은 1896년 등장한 홀랜드호다. 이 잠수함은 각각 수면 위, 물속 사용을 위한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모두 갖췄다. 미국 해군이 홀랜드호를 최초 잠수함으로 채택한 이후 각국 간 건조 경쟁에 불이 붙었고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독일 U보트는 1158척이 건조돼 5000척 넘는 미국 영국 군함과 상선을 격침했다. 초창기 잠수함은 가솔린을 동력으로 삼았으나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 폭발 위험이 커 20세기 초부터 디젤 방식이 보편화했다.

1954년엔 세계 최초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인 USS 노틸러스가 취역했다. 잠수함 안에 설치된 소형 원자로를 가동해 전기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1958년 8월 얼음 밑으로 북극점을 횡단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항속 거리가 거의 무제한이어서 가능했다. 원자력 잠수함의 성능은 디젤 방식과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나다. 디젤 잠수함은 디젤 엔진을 가동해 충전한 배터리로 운항한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수시로 디젤 엔진을 돌려야 하고, 이때 산소가 필요해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해 적에게 탐지되기 쉽다. 원자력에 비해 소음이 커 역시 들킬 우려가 크다. 축전지가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 같은 크기라도 원자력에 비해 무장력이 훨씬 떨어진다.

반면 원자력 잠수함은 원자로에서 나오는 전기로 바닷물을 분해해 산소를 얻을 수 있어 식량을 보급받을 때를 제외하고 이론적으로 영원히 물속에 있을 수 있다. 디젤에 비해 속도도 50%가량 더 빠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호주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에 최대 5척의 원자력 잠수함을 팔기로 한 것이다. 디젤 방식만 가진 한국도 원자력 잠수함이 절실한 나라다. 김정은은 이미 원자력 잠수함 개발을 선언했다. ‘보이지 않는 핵주먹’으로 불리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에도 성공했다. 북한이 장기간 은밀한 잠항이 가능한 원자력 잠수함에 SLBM을 싣고 동·남·서해에 불시에 나타나 공격한다면 속수무책이다. 이를 막을 방법은 우리도 핵 잠수함을 갖는 수밖에 없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