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대 주 69시간 일할 수 있게 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법안 내용, 대국민 소통과 관련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부작용을 양산한 주 52시간제를 보완하는 대책임에도 젊은 근로자들의 반대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여긴 때문이다.

실제로 MZ세대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는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예고 3일 만인 지난 9일 “연장근로시간을 늘리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편안은 일이 몰릴 때 많이 일하고 그만큼 나중에 쉴 수 있게 하자는 것인데, 협의회는 주 69시간 근로를 장려하고 공식화하는 것처럼 받아들였다. 기본적으로 노사 합의가 전제인데도 일요일까지 근무하면 주 80.5시간제가 될 수 있다는 괴담까지 퍼졌다.

이런 여론은 근로시간 유연화가 다시 과로사회를 조장할 것이란 편향된 프레임에서 비롯됐다. 주 52시간제가 연장근로를 통해서라도 더 벌려는 근로자들의 선택을 가로막고, 다양한 업종·근로 형태에 맞는 근로제를 원천봉쇄해 산업 경쟁력을 낮춘 부작용은 아예 보지 않는다. 노동개혁 대상을 지켜내야 할 유산으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 확립, ‘건폭’ 등 노조 불법행위 척결 등으로 산업현장 법치주의 확립에 나서고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에서도 원칙 견지가 중요하다. 일부의 반대는 정책 내용과 별개인 소통 부족 때문에 생긴 일로 보는 게 옳다. 따라서 소통은 늘리되, 개편안의 골격을 흔들거나 취지를 훼손하는 보완은 위험하다. 노동개혁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대체근로 허용 등 노사법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향후 노동개혁 중요 과제들이 물 건너갈 수 있다. 제대로 된 정책 홍보와 소통을 강조한 대통령의 뜻을 참모들이 섣불리 오해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