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한강의 리버 버스
강과 문명에 대한 연구, 수량 풍부한 강이나 좋은 해안을 낀 도시의 성장·발전에 관한 이론은 다양하다. 문화와 문명의 표상으로서 대도시의 진화 과정은 강과 물을 빼고 논하기 어렵다. 서울도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최대 자산은 도시를 관통하는 한강일 것이다. 33개의 교량과 둔치 등 다채로운 수변공간을 포함한 한강은 이제 ‘산과 강’의 자연 지형이 아니라, 장대한 인공의 편익시설 내지는 생활공간이라고 새롭게 정의할 만하다. 사회간접자본으로 변모하기까지 그간 투입된 돈도 막대하다.

서울만이 아니다. 뉴욕 런던 파리 도쿄 암스테르담 싱가포르 상하이처럼 서울보다 앞서 있거나 경쟁하는 글로벌 대도시는 모두 수변에 있다. 이런 글로벌 대도시에서 강과 물은 이제 극복 대상이나 생활용수 차원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 멋있고, 편리·편안하고, 창의적인 매력 공간이다.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의 잠재력을 한껏 자극하는 관광·오락산업의 핵심 무대다.

머지않아 한강에서 ‘리버 버스’를 보게 될 전망이다. 제대로 운행하면 서울에 주목받는 교통수단이 하나 늘면서 한강의 자산가치도 높일 수 있다. 기왕이면 일본 오사카의 도톤보리운하 유람선이나 후쿠오카 나카강 수상버스, 방콕·사이공 등지의 유람선보다 세련되고 첨단 미래형이면 좋겠다. 기존 한강유람선이나 유야무야된 수상택시의 한계를 잘 살펴보면 시민과 관광객의 접근성 문제에도 해법이 나올 것이다.

영국 런던 출장 중인 오세훈 시장이 템스강 리버 버스에 요즘 말로 ‘필’이 꽂힌 모양이다. 연간 이용객이 1000만 명이 넘는 런던형은 통근·관광용에 무료 셔틀까지 다양한 데다 잠실~여의도~상암을 20~30분에 주파할 속도라니 서울시의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한 축이 될 것 같다. 더구나 잠실 마이스 복합단지를 비롯해 수변 개발 청사진이 하나씩 완성되면 한강 접근성 자체가 훨씬 용이해진다. 수변공간이 개발될수록 넓은 강폭이 결점인 한강의 취약점은 자연스레 극복되고 수상 버스 타기도 수월해진다.

과거엔 ‘홍수 공포’ 대상, 1980년대 초만 해도 악취로 기피 대상이었던 한강변이 ‘휴식·재미·창의’의 3박자 공간으로 상전벽해 돼가는 것이야말로 경제성장의 개가다. 도전과 응전으로 강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