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주당에선 '천하람식 돌풍' 안 나오는 이유
“국민의힘은 천하람 같은 신인이 순천에서 당 대표로 나오는데, 우리라면 할 수 있을까요.”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TV 화면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예상 이상의 반란표가 나왔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이 관계자가 우려를 쏟아낸 이유는 이렇다. 친명(친이재명)계를 향한 비판도 힘든 마당에 청년 정치인이 목소리를 내며 중앙당에 입성할 수 있겠냐는 취지였다.

현재 민주당에서 활동하는 주요 청년 정치인으로는 장경태·전용기 의원 등이 꼽힌다. 장 의원의 지역구인 동대문을은 지난 총선에서 청년 전략공천지였고, 전 의원은 비례대표로 의원직을 달았다. 결국 두 의원의 원내 입성은 ‘청년 인재를 정치 무대에 진출시키자’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자력으로 이뤄낸 것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배지를 달지 않고도 당내 입지를 구축해 가고 있는 국민의힘의 이준석 전 대표나 천하람 후보와는 결이 다르다.

청년 정치인이 중앙당에 도전하려면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나 최고위원으로 선출돼야 한다. 이 전 대표가 밟은 과정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예비경선 컷오프를 중앙당이 결정한다. 6000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해 컷오프 대상을 정하는 국민의힘과 비교해 중앙당 눈치를 더 살펴야 하는 구조다.

혹시나 예비경선을 통과하더라도 청년 정치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개딸’ 등으로 불리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입김에 반한 주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당내에서 반대를 색출하는 ‘홍위병’이 된 지 오래다. 지난 1월 김종민 민주당 의원의 ‘1000원 당원’, 지난달 16일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촉구 등의 목소리를 두고 수만 명에 달하는 이 대표 지지 당원들이 민주당 퇴출 운동을 벌인 게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에도 강성 지지층이 있기는 하지만 청년 정치인들이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향해 이 전 대표 등이 쓴소리를 쏟아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자기 길을 가는 청년 정치인이 ‘반란분자’로 낙인찍혀 사장되기 십상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팬덤 정치로 비명(비이재명)계 중진 의원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주저한다”고 설명했다. 비판과 성찰이 용인되지 않는 한 여당의 청년 정치인 돌풍은 민주당에 남의 일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