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펀드 매매의 세 가지 기준
20년간 자산운용업계에 있다 보니 주변에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펀드를 언제 사서 언제 팔아야 하냐는 것이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처음 연 장본인이니 그쯤은 알지 않겠냐는 은근한 기대를 담은 질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가 무색하게도 내 대답은 ‘그건 나도 모른다’이다.

최근 지인이 내게 투자 고민을 털어놨다. 2년 전 전기차 열풍이 불 때, 테슬라 집중 투자로 유명한 돈나무(Cash Wood)가 운용하는 ARK Innovation ETF에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는데, 현재 수익률이 -80%라는 것이다. 그는 플러스(+) 수익률, 아니 원금만 회복하면 바로 팔고 싶다고 토로했다. 나는 연간 가격 변동성(코스피지수가 18~24% 수준)이 40~50%나 되는 ETF를 초보 투자자가 왜 샀느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이미 손실로 마음이 상한 그에게 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참았다.

오랜 기간 펀드를 운용해 본 경험에 의하면 펀드 자금 유입은 항상 펀드 가격이 고점인 부근에서 물밀듯이 들어오고, 손실이 커지는 저점 부근에서 빠져나간다. 그러니 펀드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을 못 들어 봤다는 말도 아주 근거가 없지는 않다. 2007년 ‘중국 펀드 투자 열풍’에서도 그랬고, 전기차 및 비대면 산업 활성화에 따른 ‘테마 투자 열풍’에서도 그랬다. 물론, 일부 투자자는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팔아 고수익을 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 투자자의 수익률이 (-)인데, 펀드 수익률은 (+)를 기록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이와 같은 현상을 행동경제학 용어로 ‘행동간극(behavior gap)’이라고 한다. 행동간극은 투자자의 금액가중수익률(기간별 투자 수익금 평균으로 수익률을 평가하는 방식)과 펀드 수익률(시간가중수익률·기간별 투자 수익률의 평균)의 차이로, 투자자가 최저점에 사서 최고점에 파는 타이밍을 맞히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행동간극 현상의 대표적인 예는 ‘마젤란펀드’다. 미국 투자업계의 레전드 중 하나인 피터 린치는 1977년 5월부터 1990년 5월까지 13년간 마젤란펀드를 운용하면서 연평균 29.2%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린치가 펀드를 운용한 시기는 1982년부터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이 꺼지기까지 20여 년간의 초호황 사이클로, 투자에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놀랍게도 린치가 은퇴한 후 자신이 운용한 펀드 가입자들의 수익률을 조사해 본 결과, 절반 이상이 손해를 봤다고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펀드 매매와 관련해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나는 내 나름의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해줄 수 있다. 첫 번째, 변동성(위험)이 큰 자산의 경우 최근 수익률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두 번째, 어려운 시점에도 견딜 수 있도록 자산을 배분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해 손실 폭을 지나치게 키우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단기 성과에 좌우되지 않고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