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학기술계 여성 인력이 대한민국을 살린다
아직도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류는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했다. 각자 식반을 들고 플라스틱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식사를 했다. 각자 모니터 앞에 앉아서 화상 회식을 하기도 했다. 직장인은 업무 적합성과 상관없이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를 했다. 학생도 교수도 강의실에 오지 않고 각자의 집에서 수업을 듣고 강의하는 온라인 교육을 경험했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것이 실현되고, 비효율적이라고 짐작했던 것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든가, 오히려 더 좋다는 평가도 받게 됐다.

어쩌면 우리는 오랜 기간의 경험으로 축적되고 고착화된 부동의 인식과 고정 관념 속에서 살아왔는지 모른다. 앞서 예를 든 사례들처럼 예전엔 당연하다거나 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지던 많은 것이 코로나 상황을 거치면서 크게 달라졌다. 팬데믹 기간에 경험한 이런 인식 변화를 사회 전 분야에 확장해 볼 수 있겠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벗어나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능력을 재인식하는 계기로 삼을 좋은 기회다. ‘이 일은 남성이 해야 한다’ ‘이런 일은 섬세한 여성이 더 잘한다’ ‘여성은 결혼과 출산 때문에 직장에 기여하는 바가 남성보다 못하다’ 등 뉴노멀 시대의 기준으로 잘못된 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라는 우리나라는 현재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국력인 인구는 줄고 평균 나이는 많아진 그야말로 저출산 고령사회인 것이다. 국가가 존폐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장기 대책이 필요하지만, 경제인구 감소에 의한 국가 경제활동과 생산성 저하는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다.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과학기술계 인재와 인력이 줄어드는 것은 벌써 빨간불이 들어왔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났지만 과학기술계에 진출하기 위해 이공계로 진학하는 여학생 수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고 그나마 진출한 우수 인력도 결혼 및 출산과 관련한 적절한 제도의 미비로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계의 우수한 여성 인력이 새로운 경제활동 집단의 역할을 하며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사회에서도 더 다양한 근무 형태를 제공하고 정서적, 제도적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는 공학 전공 여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 할당제’를 비롯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전통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하고 여성의 사회활동이 극히 제한된 중동지역도 과학기술계에서는 활동을 보장하기 때문에 최근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를 공부하려는 여성의 진출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유념해야 할 변화다.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삶이 가능하다는 것, 사회적 다양성의 실험이 필요하다는 것,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에게 준 이 교훈을 살려 여성들에게 이제까지는 좁은 문이던 과학기술계가 그 문을 활짝 열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