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꿀벌의 경고
꿀벌은 잘 알려진 사회적 동물이다. 꿀벌 군집은 여왕벌 한 마리와 일벌, 수벌이라는 큰 축 안에 채집, 정찰, 전투, 건축, 육아 등을 담당하는 약 1만5000~2만 마리 개체로 이뤄진 사회다. 모든 활동은 여왕벌이 지배한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집단 지성을 활용한다. 구성원이 너무 많아져 새 집터를 찾을 때가 대표적이다. 정찰대가 10여 개 집터 후보지를 물색한 뒤 나름의 숙의를 거쳐 민주적인 방법으로 최적의 장소를 선택한다. 이 같은 사회적 행동과 집단 지성은 3000만 년 이상 종을 유지해온 비결이다. 인류(약 20만 년)의 150배에 달하는 세월이다.

이런 꿀벌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78억 마리(전체의 17.8%)가 사라진 데 이어 올해는 100억 마리 이상이 추가로 자취를 감출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매년 유럽에서 30%, 남아프리카 29%, 중국에서 13%의 꿀벌이 실종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2035년 무렵에는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게 유엔의 경고다. 이들이 사라지는 이유는 분명치 않다. 살충제, 도시화, 온난화, 대기오염 등이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인간 활동에서 기인한 것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에 막대한 지장이 생긴다. 세계 식량 생산량의 약 75%가 꿀벌 등의 수분 매개에 의존하며,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87종을 생산하는 데 꿀벌이 영향을 미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꿀벌의 수분 매개 가치를 벌꿀 생산액(약 4000억원)의 15배 수준인 연 5조8000억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세계 농업에 기여하는 가치는 253조원(약 2030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역할을 못하면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하고, 초식동물은 물론 인간까지 연쇄 피해를 입는다. 벌들이 사라진다면 4년 뒤에는 인류도 존재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까지 있다.

꿀벌 멸종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건강한 서식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벌이 꿀과 꽃가루를 찾아 날아드는 밀원(蜜源) 숲을 조성하는 등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이 필수다. 꿀벌은 물론 인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노력이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