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K방산 원동력은 인적자원이다
대한민국 방산이 뜨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각국이 앞다퉈 군사력 증강에 나서는 게 배경이다. K방산이 주목받는 것은 뛰어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지난해 21조원 넘는 사상 최대 수주를 기록한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국가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 국방 기술은 이제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다.

이 산업은 각국 정부가 고객인 수요자와 메이저 공급자 간에 글로벌 시장경제가 작동한다. 방위가 목적이므로 가격보다는 성능을 우선하며 모든 제품이 소모품이고, 첨단기술을 경쟁적으로 개발·응용하며 기술 진보도 빠르다. 군사 목적의 투자에 대한 편익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가 민간 부문처럼 쉽게 드러나지 않는 데다 사업의 불확실성도 높은 산업이다. 2차 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처럼 패전국들의 낮은 국방 부문 비중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배경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1990년대 냉전 종식에 따라 국방의 확대가 거시경제적으론 자원 낭비라는 인식이 강했다.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상황은 달랐다. 남북한 긴장으로 국방예산은 줄지 않았고 선진국들이 무기 개발에 주춤하는 동안 꾸준히 기술력을 축적했다. 각국이 부러워하는 방산 능력을 보유하게 된 건 전쟁 위협을 안고 살아온 대한민국의 반전이다.

그 중심에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있다.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1960년대와 1970년대 인고의 데드카피 시절, 자주국방의 기치를 걸고 출범한 ADD는 트랙터를 만드는 ‘홍릉기계’로 위장 간판을 걸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평화와 대척점에 서 있다는 오해로 성과와 노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 것은 이들에게도 맞는 말이다. 50년 자주국방의 결실 K방산의 성과가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작년 폴란드와 UAE 정부는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그리고 다연장로켓 ‘천무’, 탄도요격미사일 ‘천궁’을 구매했다. 앞으로 레일건과 레이저포, 극초음속 미사일, 전차, 수상함과 잠수함, 항공기에서 전자전 장비에 이르기까지 신상품이 속속 선보이면 고객도 더 늘 것이다. 방산 수출의 도약은 KAI와 LIG넥스원, 한화그룹 ‘빅3’가 이끌고 핵심 기술은 ADD에서 나온다. 무기 개발이 돈 되는 사업으로 바뀌면서 경쟁국의 도전과 응전도 가열될 것이다.

방산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인적자원부터 챙겨야 한다. 지난 정부는 국방인력 부족으로 병역특례를 줄이면서 그 대상에 ADD를 포함했다. 고급 인력은 국방연구를 수행하는 게 국가적으로 더 이익이다. 무기체계는 기초연구나 정책연구와 달리 개념 설계에서 개발·제조, 사후서비스(AS) 전 과정에 대한 연구자의 품질보증 책임이 뒤따른다.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방산업계 취업과 연구의 부산물인 논문 게재와 학술 활동도 제한한다. 방산 강국을 이끌어갈 젊은 연구 인재들이 ADD에 몰리게 하려면 이를 상쇄할 유인부터 마련해야 한다.

국방력은 전쟁 억제에 그치지 않는다. 방산은 결과물을 세상에 쉽게 드러내지 않지만 프레임을 바꿔 보면 또 다른 먹거리가 여기에 있다. 미사일이나 첩보위성처럼 군사 기술이 우주 경제가 돼 우리 일상으로 들어온다. 북한의 로켓 기술은 살상을 위한 탄도미사일이 되지만 평화적으로 쓰이면 우주개발을 위한 누리호가 되고, 그 핵심 기술이 연관 산업으로 파급된다. 방산 기술의 스핀오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K방산의 한류를 만들고 있는 국방과학자들의 ‘히든챔피언’을 향한 숨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