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315억원을 투입하는 미래차 전문인력 3735명 양성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자동차산업 글로벌 3강 전략’을 발표하면서 전기·수소차, 자율주행차 육성에 필요한 소프트웨어(SW) 융합인력 등 3만 명을 2030년까지 키워내겠다고 한 것의 후속 조치다.

산업부의 ‘미래차 인력 프로젝트’는 4074억원의 연구개발(R&D)비 투입과 인프라 구축 계획까지 포함하고 있어 국내 자동차산업계 인력 수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인력 양성이 재정을 투입한다고 바로 성과가 나오기 쉽지 않은 데다, 산업부 의지만으로 다 되는 일도 아니다. 10년간 15만 명을 키워내겠다던 반도체 인력 양성도 흐지부지될 수 있다. 반도체특별법 발의로 세제 지원과 함께 관련 학과 증원의 시급성이 부각됐지만, 비수도권 대학들의 집단 반발에 사농공상의 전근대 신분질서를 방불케 하는 대학 내 반발까지 겹친 상황이다.

무엇보다 대학이 스스로 고급인력을 길러낼 태도와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14년째 동결된 등록금 탓이 크겠지만, 뒤떨어지는 국내 대학의 경쟁력 저하 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30대 이하 교수(6445명, 2021년)는 60대 이상(1만6247명)의 40%에 불과하다. 1인당 연구비는 60대 이상이 30대 이하보다 1.6배나 많지만 연구논문은 절반도 안 된다. 해외에서 신산업·새 기술을 연구한 신예 인력이 한국행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재정난에 온갖 규제로 급여체계도 획일적이니 이름 있는 대학의 교수도 ‘명함’뿐이다. 최상급 인력이 한국 강단을 기피하다 보니 대학은 연구·강의 모두 활력을 잃는 퇴행의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대학의 일대 혁신이 절실하지만, 문제는 다시 정부로 귀결된다. 등록금까지 공과금처럼 만들어버린 교육부 책임이 크다. 교육부가 ‘간섭·통제 기관’에서 ‘지원·서비스 부처’로 확 바뀌어야 대학이 살아나고, 산업 인재 양성 계획도 착착 실현되는 선순환 구조가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