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운용수익률이 글로벌 연기금 가운데 최하위권인 4.99%에 그쳤다는 보도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9.58%),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7.12%)은 물론 보수적 운용이 특징인 일본 공적연금(5.30%)보다 낮다. 그런데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해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어떤 기준으로 그런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연금의 지속 가능성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수익률은 중요하다. 지난달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험계산에선 기금의 적자 전환이 2041년 시작되고, 2055년이면 고갈되는 것으로 나왔다.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만으론 연금 개혁이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운용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기금 고갈 시점을 8년 늦출 수 있다는 분석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저조한 수익률은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낮은 전문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이고, 20명의 위원 가운데 노조·농어업인·소비자·자영업 단체 등의 추천 위원이 9명에 이르는 등 금융·투자 전문가와는 관계없는 이해관계자 중심의 구성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기금운용위 개편이 어려운 것은 정권이 수익률보다 국민연금을 통한 기업 경영 간섭에 더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노동·사회단체 추천 위원이 다수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이관하려고 할 정도로 연금사회주의 의도를 노골화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민연금 이사장이 민간기업 인사 등에 개입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문가 중심의 기금운용위 개편, 연금공단 내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보상체계 강화 및 서울사무소 설치 등 수익률 제고 답안은 이미 나와 있다. 관건은 기업 경영 간섭 시도를 줄이고, 수익성을 연금의 최우선 가치로 삼으려는 정권의 의지다. 이런 노력 없이 연금 개혁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