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기대 반 우려 반 '지역활력타운'
어머니의 농사일을 곁눈질한 지도 15년이 돼 간다. 초봄 파종기와 늦가을 수확기에 힘쓰는 일을 돕는 정도지만, 은퇴 후 귀촌할 꿈을 키울 정도로 흥미를 갖게 됐다.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도 귀농·귀촌인의 일상을 담은 EBS ‘건축탐구 집’ ‘한국기행’ 같은 것들이다. 인터넷에서 ‘선배’들의 성공·실패기도 꼼꼼하게 살핀다. ‘나의 귀촌 일지’는 이미 쓰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귀촌 도우미' 될 수 있을까

그런 사람들이 보기에 흥미로운 정부 발표가 최근 있었다. 국토교통부 등 5개 부처가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 지역활력타운이란 걸 조성하는 업무협약을 지난달 17일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이들 부처는 기반시설 부족으로 귀촌을 꺼리는 도시민을 위해 타운하우스 등을 지어 공급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 관심이 가는 건 순탄하게 진행될 경우 도시민이 지역에 손쉽게 내 집을 마련할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비 귀촌인이 준비 과정에서 가장 애를 먹는 게 평생 살아본 적 없는 곳에 집을 짓는 문제다.

토지 개발에 관한 전문 지식 없이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이웃 땅 주인과 송사에 휘말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수년에 걸친 소송 끝에 몸과 마음이 탈진해 끝내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지역활력타운은 이런 난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 정부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신경 썼으면 하는 대목도 있다. 먼저 지역 선정이다. 정부는 소멸 위기를 겪는 89곳 등을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올해 7곳의 시범지역을 정하겠다고 했다.

‘인구 소멸 저지’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그런데 이런 지역들이 귀촌 여력이 있는 도시민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올지 의문이다. 산업연구원이 개발한 ‘K지방소멸지수’에 기반해 지난해 11월 지목한 지방 소멸 위험지역은 전남 신안군 등 9곳이다.

인천 옹진군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서울에서 한참 먼 비(非)수도권이다. 명분은 좋으나 정작 입주민을 찾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업지 선정 때 수요자 접근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도시민이 마음 놓고 이주할 수 있도록 사업지역의 행정·사법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도 필수다. 예비 귀농·귀촌인들의 결행을 마지막까지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지역사회 적응에 대한 걱정이다.

정(情)으로 포장한 텃세는 꿈꿨던 귀촌생활을 접고 다시 도시로 유턴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들을 허탈하게 하는 건 연고 없는 곳에서 난처한 일을 당했을 때다. 공권력에 호소해도 “뭘 이 정도 갖고 그러냐”는 반응이 돌아오기 일쑤다. 도시민 눈높이에 맞는 소프트웨어 없이 외지인이 유입되길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행정·사법 시스템 개선해야

이 글엔 귀농·귀촌의 복잡다단함이 너무 많이 생략돼 있다. 그렇더라도 지역 소멸을 더는 먼 나라 얘기 대하듯 해선 안 된다는 말은 빼놓고 싶지 않다.

농어촌 일손 부족으로 고비용이 고착돼 도시민의 식재료 장바구니는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40%대 붕괴를 코앞에 둔 식량자급률(2021년 40.5%)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그러니 이건 실존 문제다. 텅 빈 타운이 아니라 ‘진짜 활력’으로 채워진 지역활력타운이 되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