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곡관리법 개정'은 멈춰야 한다
밥은 한국인에게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다. 그러나 최근 MZ세대는 과거와 달리 삼시세끼를 밥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지난해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으로 1980년 쌀 소비량의 43%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쌀 소비량은 연평균 1.7% 감소했으나 생산량은 0.9% 감소에 그쳐, 2030년까지 연평균 20만t가량의 초과생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쌀 소비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업에서 쌀농사가 가지는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전체 연간 농림업 생산액(61조4000억원) 중 쌀 생산액(9조5000억원)이 가장 크고, 농가의 37.8%가 쌀농사를 짓는다. 농업소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도 34%에 달한다. 쌀이 국민 밥상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해 정부도 일정 수준의 쌀 초과생산이 예상되는 경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정한 시점에 시장격리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현재 논의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시장격리 의무화는 쌀 시장의 모든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거둬들이기 위해 직접 개입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첫째,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 시장의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하겠다고 사전에 확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중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으로, 정부가 직접 모든 시장에 개입해 시장수급을 강제로 조정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배치된다.

둘째, 더 심각한 문제는 기존의 쌀 공급과잉 구조가 보다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격리 의무화는 쌀 생산을 촉진시키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시장격리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2030년 60만t 이상의 쌀이 초과 공급되고 쌀값은 현재 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농민들을 위해 추진한 정책이 오히려 농민들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쌀 단일 품목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재정 부담으로 미래 농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시장격리 의무화에 따른 연평균 재정 소요는 연간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많은 재정이 쌀에만 투입된다면 한정된 재원하에서 청년농 육성, 스마트 농업 발전 등 다양한 농업 분야 지원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시장격리 의무화는 우리 농업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시장실패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중단돼야 한다.

최근 현실화된 공급망 위기 등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우리 농업은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정부도 쌀 재배면적을 축소해 나가고 쌀 중심의 농업체계를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미래 농업 발전을 위해 금번 양곡관리법 개정은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