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다비드 자맹展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고향 프로벤자의 밝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다 잊었느냐.”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화류계 여인과 사랑에 빠진 아들(알프레도)을 향해 아버지(제르몽)가 부르는 유명 아리아 ‘프로벤자, 네 고향으로’의 한 구절이다. 프로벤자는 푸른 지중해와 따사로운 햇살이 자랑인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 지역의 이탈리아식 표기다.

프로방스는 세잔, 고흐, 고갱, 피카소 등이 살며 그림 그린 곳으로 유명하다. 고흐의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에’, 세잔의 ‘생 빅투아르 산’ 등 명작도 여기에서 탄생했다.

그 프로방스에서 태어나 작품활동을 하는 프랑스 화가 다비드 자맹(52)의 작품 150여 점이 한국경제신문 등 주최로 오늘부터 서울 여의도의 더현대서울 전시공간 ALT.1(알트원)에서 관객을 맞는다. ‘다비드 자맹: 프랑스에서 온 댄디보이’란 이름으로 오는 4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예술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자맹의 지론이 마을 광장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야외 음악회 등을 묘사한 그림에서 따뜻하게 전해진다.

관람 열기는 벌써 뜨겁다. 개막하기도 전에 자맹전(展) 입장권이 1만5000장 넘게 팔렸다. 인터파크 전시·행사 부문 판매 1위에 계속 올라 있다. 이는 고급문화 콘텐츠에 대한 국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작년 10월 말 개막해 3월 1일까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합스부르크 600년 전’에도 총 22만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한국 전시산업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1인당 3만달러를 웃도는 국민소득과 글로벌 문화에 대한 인식과 접근성이 좋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문화계도 한국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한국 공연이 사상 최대 규모로 예정된 점이 그 방증이다.

세계 3대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베를린필, 빈필, 로열콘세르트헤바우가 오는 11월 일제히 한국을 찾는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런던필, 체코필, 도이치방송교향악단 등도 온다. 문화·예술 애호가들이 무척 즐거운 한 해를 보낼 것 같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