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무 내용·난도에 따라 임금 수준을 달리 정하는 직무급제 도입 공공기관을 내년까지 100개, 2027년까지 200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10%(총 350개 중 35개)가 도입하고 있는 직무급제를 윤석열 정부 마지막 해까지 58%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확정하면서 직무급제 도입 기관에 인건비 인상, 경영평가 가점 등 인센티브를 주고 성과급 비중과 차등폭 확대, 민간 개방직 확대 등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번 공공기관 직무급제 확대는 경직적 연공급제 관행을 깨고 임금체계의 유연성을 본격 높여줄 첫 단추다. 저출산·고령화로 각종 연금 고갈 시기가 계속 앞당겨지는 상황에서 정년연장 등을 모색하려면 연공급 개혁과 기업 부담 최소화가 필수적이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과 체감실업률 20%에 달하는 청년, 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임금 유연화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적용이 쉬운 기관과 직무별로 직무급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최종적으로 민간에까지 확산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노조의 강경한 반대, 뿌리 깊은 연공서열 문화와 획일적 고용 관행의 장벽을 뛰어넘기가 간단치 않다. 박근혜 정부 때 도입을 결정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문재인 정부 때 좌초한 사례는 임금체계 개편이 정치 상황과도 무관치 않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흔들림 없는 노동개혁 의지와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무급제 도입은 공공기관 비효율 제거와 함께 공직 전반의 혁신으로도 이어져야 한다. 인건비 상향이란 인센티브가 고정임금 인상으로 고착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유·전략·미래 직무와 관련된 인건비를 높여준다면 상대적으로 단순한 직무 인건비는 최소한 동결하는 게 맞다. 공무원 조직으로도 직무급제를 확대해야 한다. 최근 인사혁신처는 직무 중요도에 따라 임금을 더 주는 중요직무급 대상을 공무원 정원의 최대 15%에서 2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속도를 더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