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성별 임금 격차를 개선한다는 이유로 기업의 채용·근로·퇴직 단계 등 고용 항목별 성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외부에 공시하는 성별근로공시제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어제 내놓은 ‘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통해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지속 가능한 생산 활동을 위한 여성 노동력 활용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여전히 큰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고용상 성차별 해소 및 피해 근로자 구제를 위한 법·제도가 자리 잡고 있는 마당에 기업에 성별공시제까지 부과해 남녀 격차를 인위적으로 교정하겠다는 것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성별 임금 격차는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문제다. 노동의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성별공시제는 여성 고용의 기회비용을 노동 수요자인 기업에 강압적으로 전가하는 조치에 다름 아니다. 본사의 내부 거래부터 협력업체의 탄소배출량까지 수많은 공시 의무를 진 기업이 남녀 직종별 임금, 남녀 육아휴직자 수, 남녀 근속연수와 퇴직자 수까지 일일이 파악해 추가 공시해야 하는 일은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기계적으로 남녀 임금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이야말로 기업 자율성을 침해하는 뒤틀린 규제가 아닐 수 없다. 여가부는 ‘권고’ ‘자율’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 기업에는 무언의 강압으로 작용할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근본 처방은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 개편이다. 임금 결정 기준을 직무·능력으로 바꾸면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불평등이 개선되고 출산, 육아 등으로 근속이 짧은 여성의 임금 불평등도 자연스럽게 완화할 수 있다. 이런 근본 처방은 외면한 채 부처 이데올로기에 매몰돼 보여주기식 정책만 양산하니 ‘여가부 무용론’이라는 역풍을 맞은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