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온갖 공시규제 시달리는 기업에 남녀 비율·임금까지 밝히라니
성별 임금 격차는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문제다. 노동의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성별공시제는 여성 고용의 기회비용을 노동 수요자인 기업에 강압적으로 전가하는 조치에 다름 아니다. 본사의 내부 거래부터 협력업체의 탄소배출량까지 수많은 공시 의무를 진 기업이 남녀 직종별 임금, 남녀 육아휴직자 수, 남녀 근속연수와 퇴직자 수까지 일일이 파악해 추가 공시해야 하는 일은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기계적으로 남녀 임금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이야말로 기업 자율성을 침해하는 뒤틀린 규제가 아닐 수 없다. 여가부는 ‘권고’ ‘자율’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 기업에는 무언의 강압으로 작용할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근본 처방은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 개편이다. 임금 결정 기준을 직무·능력으로 바꾸면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불평등이 개선되고 출산, 육아 등으로 근속이 짧은 여성의 임금 불평등도 자연스럽게 완화할 수 있다. 이런 근본 처방은 외면한 채 부처 이데올로기에 매몰돼 보여주기식 정책만 양산하니 ‘여가부 무용론’이라는 역풍을 맞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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