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요금과 열 요금 등이 대폭 올라 연초부터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아우성이 비등한 가운데 요금 급등의 책임을 현 정부의 무능과 실정으로 몰아가는 야당의 주장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현재의 요금 급등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인위적인 요금 인상 억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겹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정부가 전기요금, 가스요금을 대폭 올리는 바람에 취약계층의 고통이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윤석열 정권은(난방비 폭탄을) 전 정부 탓으로 돌리기 바쁘다”고 비난했다. 과연 그런가. 지난해 주택용 가스 도매요금은 네 차례에 걸쳐 5.47원(42.3%) 인상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LNG 수입가격이 40% 이상 뛰었고, 이에 따라 LNG 수입액이 사상 최대치인 567억달러(약 70조원)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역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열 요금이 지난해 37.8% 오른 것도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LNG 수입단가가 계속 올랐는데도 여론을 의식한 문재인 정부가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억제해온 것도 인상 압력을 키웠다. 2020년 7월 MJ당 민수용(주택용) 및 산업용 요금은 각각 12.9원과 10.9원이었으나 지난해 12월에는 주택용 18.4원, 산업용 33.3원으로 역전됐다. 산업용이 205.6% 오르는 동안 주택용은 42.3%만 올린 결과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만큼 인상 압력이 커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신들의 과오를 돌아보기는커녕 남 탓에만 몰두하는 건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에너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지금 중요한 것은 취약계층에 대한 신속한 난방비 지원과 전 국민의 에너지 절약이다. 올해는 1분기 전기요금 인상에 이어 2분기부터는 가스요금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야당이 소득하위 80% 가구에 주는 15만~40만원의 물가지원금(5조원)을 포함한 3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밀어붙이려는 것은 민생을 빙자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하위 80%를 대상으로 한 ‘핀셋 지원’이 가당키나 한가. 돈 쓰는 정책 대신 돈 버는 정책에 더 힘을 쏟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