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그제 일본의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의 전환’을 공개 지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다. 미국이 지지한 일본 새 방위전략의 핵심은 선제적 반격 능력 보유와 5년 내 방위비 두 배 증액이다. 미국은 이 같은 군사 대국화 전략을 지지하면서 반격 능력의 핵심인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제공과 중국과의 영토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에 대한 방위 약속도 재확인했다.

일본의 군사 강국화는 우리에게 결코 달갑지 않다. 그러나 유례없는 갈등과 분열, 지정학적 격돌의 시대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서와 국가 안보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로 인한 부작용도 경계해야 하지만, 북한·중국·러시아로 이어지는 ‘핵 보유’ 전체주의 진영의 위협에 한·미·일 자유 진영이 똘똘 뭉쳐 대응하는 게 더 중요하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부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대형 방사포 실전 배치, 무인기 침투 등으로 도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의 핵 사용 위협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까지 감안했을 때 자위 측면에서 전술핵 배치나 자체 핵 보유를 배제할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옵션을 당장 확보하기는 어렵다. 역내 집단 방위체계, 특히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이라는 새 판은 피할 수 없는 대안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최근 대일 관계 개선의 걸림돌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고, 일본이 이에 긍정 반응을 보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려스러운 것은 야당의 태도다. 최근 안보 위기는 굴욕적 대중 외교와 유화적 대북 정책으로 북핵을 방기하다시피 한 이전 정권과 현 야당에 적잖은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이를 정상화하려는 새 정부의 노력에 야당은 입만 열면 “핵전쟁을 하자는 거냐” “굴욕적 친일 정부”라며 비판하기에 바쁘다. 엄중한 안보위기에 부합하는 인식이 아니다. 지금 와서 또 죽창가나 의병운동 운운할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