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년간 등록금이 동결된 한국 대학에서 빚어진 일은 인위적인 ‘가격·비용의 통제’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정부가 나서 가격을 억누르자 재정난에 몰린 대학은 하향 평준화의 늪에 빠져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인재 양성과 연구라는 본연의 기능과 멀어지고 있다. 등록금이 마치 공공요금처럼 다뤄지면서 한국 대학의 대내외 경쟁력만 떨어뜨린 것이다.

최근의 대학 내 갈등과 진통도 등록금 동결 탓이 적지 않다. 급여를 올려달라는 교수들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 건수가 지난해 이후 26건에 달한다. 2020년 교수노조가 합법화된 까닭도 있지만,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재정 여력이 없어진 게 큰 문제다. 교직원과 학교법인 간 행정소송이 벌어진 곳도 있다. 이런 일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하다. 지방 사립대 중에는 ‘박사학위 값(교수)’이 연봉 4000만원을 맴도는 곳도 드물지 않다. 이런 대학에서 정상적 강의와 연구가 가능할까.

대학에 대한 규제투성이인 고등교육법이 문제다.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선 안 된다’는 이 법의 금지조항 자체가 불필요한 행정 간섭 아닌가. 각종 보조금을 내세워 이 수준의 인상조차 막는 교육행정은 더 문제다. 등록금을 올리면 정부의 각종 재정사업에서 불이익을 주고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에서 빼버리니 어느 대학이 여기에 맞서겠나.

그간의 등록금 동결에 관한 한 여야도, 보혁도 따로 없었다. 고등교육 학비에까지 ‘반값’ 타령 포퓰리즘이 스며들어 대학 재정을 허물고 우수한 교수요원을 내쫓아 대학의 부실화와 경쟁력 저하라는 악순환으로 몰아넣었다. 대학까지 자율을 잃은 채 정부만 바라보는 나라가 과연 정상인가. 대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 양성은커녕 불법 취업자가 몰려드는 통로로 전락하고, 정상화도 퇴출도 좀체 안 되는 애물단지처럼 된 게 등록금 규제와 무관치 않다.

가격에 대한 관(官)의 개입, 정당한 필요비용에 대한 사회적 부정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일부 대학에서 또 한 번 동결 방침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등록금 문제를 대학 자율의 몫으로 깔끔하게 넘기기를 바란다. 그래야 대학들이 홀로 서고 대학 구조조정도 가능해진다. 대학의 정상화는 새 정부가 역설해온 교육개혁에서도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