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어이 ‘이태원 참사의 정치화’로 치달을 기세다. 그는 “국정조사 이후에도 진상규명을 이어갈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글을 지난 주말 자신의 SNS에 올렸다. 때맞춰 민주당에선 특검이나 특별법에 따른 조사기구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159명의 삶을 앗아간 비극을 철저히 조사하자는 데는 동의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온전한 진상규명’을 강조하고 나선 이 대표 행보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한 달 내내 정략으로 일관하며 어렵게 성사된 국정조사를 맹탕으로 만든 당사자가 종료일(17일)을 앞두고 갈등과 증오를 부추기는 격이어서다. 민주당은 ‘책임 있는 기관들의 과실이 중첩돼 참사가 발생했다’는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엊그제 발표를 부실 수사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부실로 치자면 민주당이 주도한 국정조사가 훨씬 심했다. 국조특위 구성 뒤 느닷없이 핵심 증인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켜 국정조사를 공전시킨 주역이 바로 자신들이다. 어렵사리 국정조사가 시작된 뒤에는 밑도 끝도 없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마약수사 집중’이 참사의 원인이라는 생떼만 늘어놓았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온전한 진상규명’이 대통령, 행안부 장관, 서울시장 등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임은 삼척동자도 안다. 하지만 특수본 발표대로 특정 지역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 의무가 장관 등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부실한 후속조치, 부주의한 언행 등에 대한 행정적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절차가 당연히 뒤따라야겠지만 그것과 법적 책임은 엄연히 별개다.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이 대표의 억지는 지난주 ‘성남 FC 의혹’으로 검찰에 출두해 사실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과도 대비된다. 본인과 관련한 수사는 국회 방탄과 검찰 비난으로 일관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볼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선 ‘철저 조사’를 외치니 또 다른 내로남불이 아닌가. 이 대표가 지금 할 일은 증오 부추기기가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국민적 의구심에 성실히 답변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