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EQ, 행복한 인간관계의 출발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길’은 일반적인 사람의 키 정도 되는 단위라고 하니 사람 마음을 아는 것이 보통 사람 키보다 10배 깊은 물 속을 아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소위 MZ세대의 사회 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조직의 인적 구성이 더욱 다양해져 젊은 직원과 관리자들은 서로 속을 알 수 없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특히 정서지능 또는 감성지능이 높아 공감 능력이 좋은 사람에게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대니얼 골먼의 베스트셀러 <감성지능>을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EQ(emotional quotient)로 통용되는 정서지능(또는 감성지능)이란 나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식·이해하고, 이런 정보를 생각과 행동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EQ가 뛰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더욱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한다. 즉, 우리가 지식·기술을 습득하는 데 IQ가 기반이 되지만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데는 EQ가 기반이 된다. EQ는 청소년기에 완성되는 IQ와 달리 다행스럽게도 나이가 들어도 계발이 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본인이 의식적으로 노력하거나 조직 내 인사 관련 제도가 뒷받침돼 준다면 개개인의 EQ를 높이고 조직의 전반적인 EQ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2000년대 초반 정부에 다면평가제도가 도입됐을 때 평소 부하직원의 감정에 관심이 부족한 직장 상사의 태도가 왜 저러나 할 정도로 변화한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

구성원의 감정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관리자와 일할 때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동기 부여가 돼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미국 포천지가 매년 선정해 발표하는 일하기 좋은 일터(Great Work Place)의 공통 특징도 인간 중심 경영, 구성원 간 신뢰의 조직문화였다고 한다.

직장인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에 절반 이상을 일터에서 보낸다. 행복한 일터, 출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 것은 개인과 조직 발전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도 필수적이다. 정부 기관도 기업도 리더십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각종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높은 감성지능을 갖춘 관리자일 것이다. 직장에서 최고의 복지는 행복한 인간관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