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감사의 선순환
연말연시가 되면 필자의 회사에는 ‘감사’의 메시지가 넘쳐난다. 한 해 동안 함께 일한 동료들에게 프로젝트 진행 순간순간마다 느꼈던 동료의 강점과 기여한 바를 콕 집어 구체적으로 칭찬해주는 것이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훌륭하게 마무리해준 것, 어려운 고비마다 같이 고민하고 지혜를 빌려준 것, 영감을 불어넣는 리더가 돼준 것에 대한 감사 등 다양한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구글에는 이외에도 상시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감사를 표현하는 문화가 잘 자리 잡았는데 이런 사내 문화는 연말연시에 빛을 발해 더욱 풍성한 칭찬과 감사의 꽃을 피운다.

구글코리아 사무실을 방문한 사람들의 한결같은 후기는 ‘그 회사 사람들은 얼굴이 밝다’라는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이 감사의 문화가 아닐까 한다. 다수의 연구와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내에 자리 잡은 ‘감사의 문화’가 직원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감사 표현을 많이 받은 직원은 직장에서 더욱 만족도가 높고, 성취 동기가 컸으며, 상사가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을 때 직원들이 더 큰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여기서 감사를 뜻하는 우리말 ‘고맙다’의 어원을 국어어원사전에서 살펴보면 ‘공경할 만하다’ ‘존귀하다’라는 뜻을 지닌 명사 ‘고마’에 ‘ㅂ다’가 붙어 된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고맙다’라는 말을 듣는 사람은 공경과 존귀를 받는 대상이 되는 셈이다. 한편 영어의 감사 표현 ‘thank’는 ‘생각하다(think)’와 어원이 같다고 한다. 즉 ‘thank’는 당신이 나에게 한 것을 생각하고 기억한다는 뜻인 것이다. 종합해보면, 감사란 ‘나는 당신을 공경하고 존귀하게 여기며, 당신이 한 일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2023년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돌아본다. 지난 한 해 나는 양질의 감사를 얼마나 자주 주변에 전했는가. 또한 리더로서, 동료로서 나는 과연 사람들에게 어떤 감사의 말을 들었는가. 올 한 해도 조직 내에 감사의 선순환이 가득하기를 기대하며 이런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발전소와도 같은 인사부서에 속한 나 역시 감사 표현의 롤모델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특히나 올해는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부족함이 많을 때일수록 감사의 회로를 더욱 잘 가동해 터널 끝에 찾아올 도약의 에너지로 삼는 한 해이길 소망한다.